LED신호업계 고사위기

기존 신호등에 비해 훨씬 밝고 전기 사용량도 10~20%에 불과한 LED신호등이 각 지자체의 발주지연과 업체간 출혈 경쟁으로 제대로 피지도 못한 채 사양화하고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표준(KS)규격, 경찰청 구매지침 등 LED 신호등 관련 제품규격이 마련되면서 반짝하던 국내 LED교통신호등 시장이 각 지자체들의 발주가 지연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에는 정부의 10개 월드컵 개최도시 시범 교체 사업과 고양ㆍ천안ㆍ용인시 등 일부 지자체들의 발주가 시작되면서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됐었다. 그러나 올들어 LED신호등 제품 구매발주를 낸 지자체는 고양ㆍ여수ㆍ천안ㆍ여주시 등 극소수로 총 규모가 불과 수억원대에 불과한 실정이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LED 신호등 제품 발주를 미뤘고 예산배정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LED교통신호등 사업이 유망업종으로 주목받자 기존 교통 시설업체들을 포함, 상당수 업체들이 관련 시장에 대거 몰려들면서 시장은 과포화 상태를 보이고 있다. 실제 각급 지자체에 납품할 수 있는 경찰청의 제품규격 테스트를 통과한 업체 수만 30여개사에 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체간 출혈 경쟁도 이미 도를 넘어섰다. 올 초까지만 해도 한조당 150~170만원 정도이던 LED신호등 가격이 최근에는 설계가(190만원)의 40%수준인 70만원대에 낙찰되는 케이스도 발생했다. 이는 기존 백열신호등과 비슷한 가격으로 최근 서울시도 LED신호등 입찰에서 이 수준으로 낙찰가격을 제시했으나 업체들이 참여하지 않아 입찰자체가 무산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한때 3,000억원 정도로 추산되는 시장규모도 1,000억대로 급격히 축소됐다. 출혈경쟁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면서 후발로 뛰어든 K사ㆍS사 등 일부 업체는 LED 신호등 사업을 아예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발업체인 에스텍의 장하균 사장은 "각 시험대행기관의 테스트 방법과 적ㆍ부적합 적용기준이 정립되지 않아 시장 난립의 주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같은 업체간 출혈경쟁은 결국 품질 저하로 이어져 전반적인 LED교통신호등 시장 확산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될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온종훈기자 jhohn@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