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6월 23일] 中美 환율전쟁 2막

중국과 미국의 환율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번에는 중국이 선수를 쳤다. 인민은행은 이번주 말로 예정된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위안화의 달러 페그제를 폐기하고 보다 유연한 환율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또 달러화뿐 아니라 유로화ㆍ엔화 등 주요 통화 가치를 동시에 환율 산정에 포함시키는 복수통화 바스켓제도로 이행할 뜻을 내비쳤다. 미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중국의 환율개혁 성명을 반겼지만 내심 불편하기 그지없다. 복수통화 바스켓제도란 게 단순한 달러 페그제보다는 진일보된 것이지만 위안화 가치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블랙 박스'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가 G20 회담을 앞두고 국제사회의 위안화 절상 압력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고 분석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론적으로 통화 바스켓제도에서는 한 국가와 무역비중이 가장 큰 상대국의 통화가 환율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중국의 경우 올 들어 5월까지 유럽연합(EU)과의 무역비중이 16.3%로 미국(12.9%)이나 일본(9.4%)보다 훨씬 높다. EU가 최대의 무역 파트너다. 올 들어 유로화 가치가 위안화에 대해 16% 절하됐고 앞으로도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위안화가 달러화에 대해 절상되기는커녕 절하될 수 있다는 전망도 많다. 사실 무역비중에 따른 통화 산정은 한 가지 예에 불과하다. 상대국의 재정상황 등 여러 변수에 따라 자의적으로 환율을 산정할 수 있다. 한마디로 복수통화 바스켓은 국제 표준이 없기 때문에 블랙박스처럼 직접 뜯어봐야 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번 조치를 놓고 중국을 마냥 비난할 일만도 아니다. 위안화 환율전쟁은 근본적으로 위안화의 달러 페그제때문이라기보다는 중국의 개혁ㆍ개방 이후 지난 30여년간 누적돼온 이른바 '글로벌 불균형'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지난 수십년간 미국은 빚 감당할 생각을 못하고 펑펑 써버렸고 중국은 저임 노동력을 바탕으로 고도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달러 채권국으로 올라섰다. 결국 이는 서브프라임 사태를 촉발하며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졌고 중ㆍ미 양국은 서로 금융위기의 원인을 제공했다며 공방을 펼치고 있다. 이제서야 미국은 수출을 늘리려고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고 중국은 안정적 경제발전을 위해 통화주권을 지킬 것임을 천명하고 있다. 위안화 환율 문제는 중ㆍ미 양국 전쟁의 정점에 있다. 글로벌 불균형 문제가 하루아침에 생긴 문제가 아니듯 단번에 해결되기도 어렵다. 위안화 문제는 정치 쟁점화할수록 더욱 더 꼬이기 십상이다. 진지한 글로벌 불균형 해소보다는 당장의 무역보복 악순환을 불러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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