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 노조의 총파업 사태는 전산망 다운과 공권력 투입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피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우여곡절 끝에 닷새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어쨌든 조흥은행의 매각성사와 파업타결은 경제 전반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외 신인도 제고와 노동계의 하투(夏鬪)가 새로운 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직접적인 파장 외에 정부리더십의 복원이라는 보이지 않는 성과도 얻었다.
그러나 장애물 하나를 넘었을 뿐 갈 길은 여전히 멀다. 합의문 내용에 대해 벌써부터 서로 다른 해석을 내리고 있는데다 이번 파업을 통해 통합에 대한 신한측과 조흥간의 이질감이 재확인됨에 따라 향후 통합과정에서도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절반씩의 승리=이번 대타협을 통해 노조는 `매각철회`를 끌어 내지 못했다. 하지만 고용보장 등 `차선`을 통해 실리를 챙겼고 신한지주 역시 조흥은행이 골병들기 전에 서둘러 한 식구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정부 역시 적극 개입을 통해 은행 구조조정의 큰 틀을 매듭지었다는 대내외적 명분을 얻었다.
협상 결과에 대해 신한지주가 노조측에 너무 일방적으로 밀린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합의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신한측도 챙길 것은 다 챙겼다고 볼 수 있다. 신한측이 당초 양보할 의사가 있었던 쟁점 외에 나머지 양보한 부분에서는 대부분 `원칙(대등통합)` `추후 통추위 등 통해 결정(조흥 브랜드사용ㆍ직급조정 등)` `인위적(인원감축)` `최대한(점포폐쇄)`등의 추상적인 문구를 통해 향후 통합과정에서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이 이를 입증한다.
◇남은 일정과 과제=협상결과에 대해 서로 해석이 다른만큼 향후 통합과정도 그리 순탄치 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지주는 우선 협상타결에 따라 조만간 예금보험공사와 본계약을 체결하고, 8월말 조흥은행을 자회사로 공식편입한다는 계획이다. 또 당초 약속대로 주간사인 JP모건과 주주인 BNP파리바 등을 통해 인수대금 약 9,000억원을 조달해야 한다.
하지만 신한지주로서는 말이 계열사지 앞으로 최소한 2년간은 완전독립된 별개의 은행으로 운영하는 등 상당기간 통합시너지효과를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합의문 내용이 여전히 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는데다 조흥은행 노조원들의 잠재적 불만도 적지 않아 향후 통합과정에서 마찰이 불거질 경우 노조측과 또 한차례의 대충돌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신한측은 이 기간동안 조흥은행과의 이질감을 최소화하면서 화학적 융합을 이끌어 내는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리더십복원=적지 않은 진통을 겪었고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고 볼 수도 없는 상황이지만 우리 경제가 국면반전의 전환점을 맞이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무엇보다 정부 정책이 중심을 찾고 경제 리더십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이다. 당사자들은 적극 부인하지만 주요 현안마다 정부 부처와 청와대, 정부부처간 불협화음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밝힌 `경제부총리 중심 체계`의 효용성이 조흥은행 매각과정에서 확인된 만큼 경제정책의 중심이 경제부처로 보다 기울어지고 경제리더십이 확고해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둘째는 우리 경제에 대한 신인도가 높아지고 경제 불안심리도 상당부문 희석될 수 있다는 점이다. 7,8월로 예정된 신용평가기관의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의 조정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됐다. 셋째는 격화 일변도로 치닫던 노사분규가 서로 실리를 찾는 윈윈전략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분위기가 점차 뚜렷해지는 미국의 경제회복 조짐과 국내 주식시장 상승세 등과 맞물려 불안 심리 개선→추경예산 편성ㆍ금융시장 안정대책에 따른 경기회복기대→자신감 회복으로 이어질 때 우리 경제는 국면전환의 전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된다.
<권홍우기자, 이진우기자 hong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