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식할 간(肝)이 없어 생명이 위독했던 여동생을위해 영국에서 혼자 돈을 벌며 힘들게 유학생활을 하던 오빠가 급히 귀국, 수술대에올라 주위에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17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정효수(26.충남대 토목공학과 휴학)씨는 지난 10일오후 9시 급성 간부전증으로 생명이 위독해진 둘도 없는 여동생 정명희(23.세무사무소 직원)씨를 위해 간 이식 수술을 받았다.
지난 1일 충남대 병원에 입원, `간 이식만이 해결책'이라는 판정을 받은 명희씨를 위해 일가족들은 저마다 자신의 간을 떼어 주고자 했으나 아무도 이식적합 판정을 받지 못했다.
혈액형이 달랐던 아버지를 대신해 검사를 받았던 외숙모는 지방간 판정을 받았고, 어머니는 몸무게가 40㎏에도 못미치는 상황이었던 것.
이같은 상황에서 급기야 정씨가 혼수상태에 빠지자 가족들은 급히 영국 런던에서 유학 중인 효수씨에게 전화를 했고, 위독한 동생의 소식을 들은 정씨는 애타는마음으로 한국행 당일 첫 비행기에 올랐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서울아산병원으로 달려온 효수씨가 검사를 받는 동안 명희씨는 긴급히 서울로 이송됐고, 최근 1천번째 간이식에 성공하는 등 세계적 명성을얻고 있는 이 병원 이승규 교수의 집도로 성공리에 이식수술이 이뤄졌다.
그러나 무균실과 입원병동에 각각 누워있는 명희ㆍ효수 남매의 가족들은 아직도거액의 수술비를 마련해야 하는 `큰 짐'을 떠안고 있다.
보일러공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아버지와 허리디스크 등으로 몸이 불편한 어머니가 보통 8천만원을 웃도는 수술비를 감당하기가 벅차다.
어려운 집안사정에도 불구, 교회의 도움을 받아 2년전부터 영국 런던대에서 유학하고 있는 효수씨 역시 현지 음식점에서 접시닦기 등을 하면서 학비를 벌어왔다.
효수씨가 아르바이트를 통해 마련해 온 돈 130만원을 포함해 정씨 일가족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은 수술비의 절반도 안되는 3천여만원. 게다가 명희씨가 간이식거부반응 등을 일으켜 치료 기간이 길어지면 병원비는 더 늘어나게 된다.
남매의 외삼촌 조진규(43)씨는 "매일 링거를 꼽은 채 여동생이 있는 무균실을찾아가는 오빠를 바라보면 가슴아프다"면서 "수술비 마련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 중이지만 곧 영국으로 떠날 효수에게 짐을 지울 것만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정씨 남매 후원은 농협 174499-52-048027(예금주 정효수)로 하면 된다.
(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