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8월 20일] '철새' 섬유산업의 미래

“이제 값싼 노동력을 찾아 생산기지를 세울 만한 나라도 더 이상 없어 보입니다.” 베트남에서 만난 한 국내 섬유업체의 현지 법인장은 “국내 기업들 중에는 인건비를 낮출 수 있는 생산거점을 찾아 벌써 아프리카까지 다녀온 업체도 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국내 섬유업체 해외진출 1세대라는 그는 사이판에서 시작해 중ㆍ남미와 중국을 거쳐 동남아까지 이어지는 국내 섬유업체의 ‘생산기지 변천사’를 줄줄 꿰고 있었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섬유업체들은 올해 불황 속에서도 사상최대 매출을 기록하고 있지만 당장의 높은 실적에 고무되기보다는 점차 가시화되는 베트남 노동시장의 변화 속에 긴장감을 높이고 있었다. 특히 법정 최저임금 상승 문제는 현지에서 만난 업체 관계자들의 최대 이슈였다. 섬유업체의 한 관계자는 “5년 전까지만 해도 50달러 수준이었던 임금이 어느덧 130달러를 웃돌고 있다”며 “이제 7~8년 뒤 생산거점을 어디로 옮겨야 할지 고민할 때”라며 한숨지었다. 방글라데시ㆍ캄보디아 등 생산지 대체 국가의 이름이 거론됐지만 산업적 인프라나 인적 수준 등을 고려하면 당장 베트남을 넘어설 만한 생산기지는 마땅하지 않은 듯 했다. 인건비가 싼 곳을 찾아 떠나는 것만으로는 앞으로 10년, 20년 후 섬유산업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사실 이에 대한 해답은 이미 나와 있다. 현지 업체들도 이미 알고 있는 답이다. 한 법인장은 “연구개발(R&D)을 통해 봉제기술이나 신섬유 등을 개발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면서 “문제는 이것이 하루 이틀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우주ㆍ항공, 의료용 섬유 등 신섬유에 대한 국내 업체들의 개발 수준은 겨우 걸음마를 뗀 상태다. 그나마 투자여력이 부족한 개별 업체로서는 지속적인 연구 자체도 어려운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신섬유 시장이 오는 2015년 2,110억달러 규모로 팽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독일과 일본ㆍ미국 등 섬유 선진국들이 일찌감치 제도적으로 신섬유 개발을 독려하고 나선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섬유산업의 미래에 정책적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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