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정부가 5일 만기를 맞은 3억유로(약 3,781억원) 상당의 채무를 당일까지 상환하지 않고 월말까지 미룬 뒤 일괄상환(bundling payment)하겠다고 주채권기관인 국제통화기금(IMF)에 통보했다.
5일 AP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는 5일 만기도래 채무를 포함해 이달 중 갚아야 하는 총 15만3,000만유로 규모의 부채를 오는 30일 한꺼번에 상환하겠다는 의사를 IMF에 전했다. 그리스가 갚아야 할 5월 만기도래 IMF 부채는 5일 3억유로, 12일 3억4,000만유로, 16일 5억6,000만유로, 19일 3억3,000만유로 등이다.
지난 1970년대 IMF 이사회는 정관을 수정해 회원국이 월간 여러 차례의 부채 만기도래에 직면할 경우 각 부채의 개별 만기에 상환하지 않고 한데 묶어 해당 월 내에 일시 상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연이은 부채상환으로 회원국이 일시적 자금난에 처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조치로 1970년대 잠비아에 처음 적용된 후 여태 해당 조치를 요구했던 사례는 없었다.
다만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의 이번 결정은 자금난 때문이라기보다 협상전략 차원에서 단행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치프라스 정부는 IMF를 비롯한 국제채권단으로부터 총 72억유로의 구제금융 잔금 지급을 받아내기 위해 이달 말을 시한으로 협상 중인데 최근 진전된 협상 내용을 놓고 그리스 여당인 시리자 내 급진파의 반대 목소리가 거세지자 월말까지 시간을 벌며 여당과 채권단 사이에서 협상력을 얻으려 한다는 것이다.
협상 내용 중 특히 연금개혁이 걸림돌로 전해졌는데 채권단은 올해부터 그리스가 공무원연금 급여의 연간 1% 삭감을 요구하는 반면 시리자 당내 강경파는 수용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밖에 그리스 국가재정 확충을 위해 채권단이 권고하고 있는 부가가치세 개편 문제도 협상 타결의 최종 변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