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탈북 공무원 특정업무 배제는 위헌적 차별

안전행정부가 탈북자 출신 공무원을 특정 업무에서 배제하는 지침을 내려 말썽이다. 채용시 통일부에 신원확인을 의뢰하고 보안담당관의 사전확인을 거치며 탈북주민에게 관련된 정보열람을 차단하는 내용의 지침이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하달된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공문이 내려간 시기가 지난해 1월로 탈북화교 출신 서울시 공무원 유오성씨가 간첩혐의로 체포된 직후다.

안행부의 지침이 내려진 뒤 18명의 탈북자 출신 공무원들은 보직이 바뀌었다. 우리는 보안을 강화한다는 취지에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차별적 수단을 제도화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보안이 필요하다면 구두로 협조를 요청하고 각 부처가 알아서 챙기면 될 일이다. 그런데도 굳이 지침을 공문으로 보냈다는 점은 '모든 탈북자를 잠재적 간첩으로 간주한다'는 문건을 남긴 것과 똑같다.

안 그래도 탈북자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이 존재하는 마당이다. 탈북자들의 실업률은 9.7%로 전체 실업률 2.7%의 3.6배에 이른다. 소득도 전체 평균의 절반을 밑도는 실정이다. 탈북자 대부분은 차별이 없는 미국이나 캐나다로의 이민을 바란다고 한다. 정부도 차별을 시정하려 2012년 탈북자들을 해마다 100명씩 공무원으로 채용하겠다고 밝혔지만 말뿐인 것 같다. 탈북자 보호 및 정착 지원법이 제정된 1996년 이후 해마다 조금씩 늘어나던 탈북자 출신 공무원이 지난해 줄어든 것도 이 같은 지침의 영향 때문인지 모른다.

탈북자는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더욱이 평균 연령이 낮아 고령화 위기에 직면한 우리 사회의 소중한 인적 자원이기도 하다. 탈북자에 대한 제도적 차별은 헌법 정신마저 부정하는 근시안적 처사다. 정부는 지침을 공식적으로 거둬들여 자존심에 상처 입은 탈북자들을 보듬고 그들의 성공적 정착을 힘을 다해 도와야 한다. 탈북자를 차별하며 통일대박을 기대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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