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보이스피싱에 쓰인 통장 단순 대여자 처벌은 부당"

헌법재판소 결정… 피해자 구제 길 열려

전자금융사기 수법 가운데 하나인 보이스피싱에 속아 통장을 대여한 이에게 무혐의 처리를 하지 않고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최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A씨가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권 전원일치 의견으로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은 부당하다"고 결정했다.

기소유예는 '범죄 혐의는 충분히 입증되지만 여러 사정을 고려해 재판에는 넘기지 않는 처분'으로 전과기록에는 남지 않지만 범죄수사기록에 남아 관리되는 엄연한 범죄경력이라 직장생활에서 불안요인으로 작용한다.

헌재는 "전자금융법에서 말하는 양도에 단순히 통장 등의 접근매체를 빌려주거나 일시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며 "대출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통장 등의 사용을 위임한 것에 불과하다면 통장양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A씨의 경우 마이너스 대출통장을 만들어줄 것을 기대하고 통장을 교부했고 통장 교부 후 대가를 받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통장 등을 위임할 것일 뿐 양도에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충분한 조사를 하지 않고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것은 중대한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 2011년 11월 '마이너스 통장을 발급해줄 테니 통장을 보내달라'는 내용의 전화를 받고 서울의 한 은행에서 자신 명의의 계좌를 개설한 후 같은 날 오후 퀵서비스로 통장 등을 대출업자에게 건넸다.

이후 검찰은 A씨의 통장이 보이스피싱 사기에 쓰인 정황을 포착했고 A씨가 자신의 통장을 돌려받기 위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던 점을 볼 때 A씨의 행위를 단순위임으로 간주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이에 A씨는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은 부당하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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