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를 넘나들었을 때 골드만삭스는 곧 유가가 2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삼성경제연구소(이하 SERI)는 거꾸로 '유가가 반 토막 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결과는 SERI의 승리였다. 유가는 2008년 하반기부터 실제로 하락했다. 이 예측의 주인공이 바로 당시 SERI의 글로벌연구실장으로 있던 김경원 CJ그룹 경영고문이다.
책은 그와 함께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대불대학 교수로 자리를 옮긴 아카데믹 이코노미스트 김준원씨도 함께 집필했다.
두 사람은 책에서 최근 세계경제 위기의 원인을 분석하고 그에 따른 현상을 조목조목 짚어준다.
이들은 우리나라 경제불황의 조짐은 올 4분기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이며,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위기에 빠져들 것이라고 예견한다. 특히 이번 불황은 15년 전 IMF 위기 때보다 심각하게 우리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으며, 더 깊고 오랜 시간 지속될 터여서 기업과 정부, 그리고 국민 개개인들도 이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한국경제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삼성전자가 사상 최고의 이익률을 기록하고 생활물가는 안정세로 돌아섰다. 골드만삭스는 우리나라가 2030년까지 매년 평균 3%의 경제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수출 중심의 경제성장률을 이어갈 수 있고, 여성과 고령인구의 노동참여율이 늘어나 한국의 생산잠재력이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김경원 저자의 시각은 이번에도 골드만삭스와 다르다. 올 가을부터는 우리나라 경제에 제2의 IMF가 시작될 것이라고 예고한다.
그는 곧 닥칠 불황에서 우리나라가 경제시스템을 지켜내면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국경제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말고, 그 이후의 새로운 질서도 미리 장악하면 된다고 충고한다.
이를 테면 성장과 고용의 돌파구를 찾아내야 한다는 얘기다. 그린바이오(농축산업 및 식품), 화이트바이오(재생자원을 이용한 연료와 소재생산), 문화콘텐츠 등의 신수종산업에 몰두하고, 중국과 인도의 내수시장 안으로 직접 들어가야 한다. 차세대 인재육성의 방향도 이 두 가지를 위한 미래형 청년들을 키워내는 것이 돼야 한다.
그러나 한국경제에는 여전히 리스크가 존재한다. 이미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시한폭탄'인 가계부채,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국가부채(재정적자), 정치권 분열과 외교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고 최근 후계 문제까지 겹쳐 어떤 충격이든 자극을 받으면 바로 발화할 수 있는 북한 문제가 그것이다. 이들은 이 것 역시 미리 대비하여 현실화되지 않도록 선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계경제의 주권이 아시아로 이동하는 이때에 경제 새 판 짜기에 고뇌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볼 만 한 책이다.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