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임대 사업' 활성화해 제2 부영·일본 미쓰이부동산 육성

■ 내년 주택정책 방향
사업비 회수 오래 걸려 민간건설사 참여 의문


정부가 전세난 해소 등 서민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내년 주택정책의 방점을 '기업형 임대사업' 활성화에 찍었다. 기존 공공임대로 모자란 공급을 민간에서 채우되 기업들이 임대사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풀어나가겠다는 취지다. 규제를 풀어 기업형 임대사업자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임대시장의 수요·공급 미스매치를 해결할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든 셈이다. 다만 임대주택은 자본투입부터 회수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다 민간 건설사들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분양이나 대형 사회간접자본(SOC)사업, 해외 플랜트에 쏠려 있는 상황이어서 '제2의 부영'을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획재정부는 주택 임대시장의 패러다임이 전세에서 월세로 바뀜에 따라 민간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쪽으로 내년도 주택정책 방향을 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이찬우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관련 브리핑에서 "임대시장 안정을 위해 규제는 풀고 세제 및 금융은 지원해 영세한 임대사업자를 기업형으로 육성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민간 임대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이유는 경기침체로 3년간 세수 펑크가 예상되는 등 갈수록 국가재정이 마르는 상황에서 공공임대주택 비중을 무한정 늘리기 어려운 현실에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11.5%)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국장은 "우리나라의 임대주택 재고가 160만채 정도"라며 "공공이 짓는 100만채 중 78%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공급하고 있는데 부채비율이 460%에 달해 공급을 더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LH는 국민임대주택 한 채당 빚이 1억원씩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공식 집계된 LH의 부채는 138조8,000억원에 달한다. LH는 올해만 3만2,000채의 임대주택 공급으로 부채가 3조2,000억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우리보다 먼저 임대주택이 활성화된 일본과 비슷한 형태의 종합부동산 기업을 육성해보겠다는 청사진을 세웠다. 일본은 저출산·고령화와 이에 따른 1~2인 가구 증가 등 인구구조 변화로 지난 1990년대 후반 이후 임대주택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 1999년 임대주택공급촉진법을 제정하고 임대사업자에 대한 각종 금융지원 및 수요자에 대한 세제·금융혜택을 제공하면서 민간 임대사업을 육성했다. 일본의 대표적 종합부동산 회사인 '미쓰이부동산' '스미토모부동산' 등과 같이 수십만 채의 임대주택을 짓고 관리하는 대형 업체가 나온 것도 이 같은 정책 지원 덕분이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민간이 임대주택 사업을 하려면 먼저 수익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며 "현재 관련된 규제와 세제·금융지원 등을 하나하나 짚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간 쪽에서는 세제혜택보다 더 중요한 것은 건설사들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임대주택은 사업비를 장기간 회수해야 하는 점이 최대 리스크다. 건설업계는 지금처럼 부동산이 얼어붙은 상황에서는 기존 사업의 비중을 줄여 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할 만한 뚜렷한 이유가 없다고 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제혜택만 주면 민간 건설사들이 임대주택 공급에 나설 것이라는 생각은 오판"이라며 "사업의 포트폴리오가 이미 플랜트와 SOC 등 규모가 큰 곳에 쏠려 있고 건설경기 불황으로 분양까지 기피하는 등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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