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량 회사채시장 빙하기 오나

A등급 이하 큰손 상호금융조합 투자한도 제한 추진
공사채 발행 물량 크게 줄어 AA등급 이상에만 자금 몰려
"현실화 땐 양극화 더욱 심화"


금융 당국이 농협·신협 등 상호금융조합의 회사채 투자한도를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회사채 시장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AA-등급(3년물 기준) 회사채와 A+등급 회사채 간 금리차이(스프레드)는 연초 0.27%포인트에서 이달 14일 현재 0.35%포인트까지 확대됐다. AA-등급과 BBB+등급 간 스프레드는 같은 기간 3.31%포인트에서 3.4%포인트로 증가했다.

  AA-등급과의 스프레드가 확대된다는 것은 A등급 이하 회사채 가격이 갈수록 떨어진다는 얘기다.

 김은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정부의 공공기관 부채 감축 정책으로 주로 AAA등급인 공사채 발행물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대안으로 AA등급 이상의 우량 회사채로는 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반면 A등급 이하 회사채는 발행 물량 자체도 적고 기관이나 개인 투자자들이 유통시장에서 거의 찾지 않아 위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금융 당국이 A등급 이하 회사채 시장의 큰손이던 상호금융조합의 회사채 투자한도를 제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우량 회사채 시장이 더욱 경직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금융 당국은 상호금융조합이 투자위험이 높은 회사채·수익증권·기업어음(CP)에 과도하게 투자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자기자본의 일정비율 이하로 운용한도를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신협이나 수협은 무보증 회사채에 대한 투자한도를 설정해놓고는 있지만 농협은 BBB+ 이상, 산림조합은 A- 이상 무보증 회사채에 투자할 경우 별도의 투자한도 제한이 없다.

 특히 상호금융조합들은 조합원들에게 높은 금리를 제공하기 위해 주로 A-급 이하 고수익 채권에 투자했다. 비우량 회사채의 젖줄 역할을 해오던 상호금융조합의 투자가 제한될 경우 회사채 시장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황원하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자 보호와 위험관리 측면에서 상호협동조합의 회사채 투자한도 설정은 바람직하지만 이 방안이 현실화될 경우 이미 고사상태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위축된 저등급 회사채시장의 추가 악화가 우려된다”며 “현재 0.35%포인트까지 확대된 회사채 AA-와 A+등급 간 스프레드 차이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도 “지난해부터 상호금융조합들이 AA등급 이하 회사채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는 상황인데 투자한도까지 못박을 경우 비우량 회사채 시장이 더욱 얼어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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