甲보다 더 센 기아차 노조

■ 3,000억 들인 증산설비 가동 4개월째 발목
대의원대회 핑계로 노사협의 계속 미뤄 3만여대 생산 차질

지난 13일 열린 기아차 광주공장 부품협력업체의 증산촉구 결의대회에서 협력사를 대표해 김창수 현성테크노 사장이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제공=기아차

광주광역시 서구 내방동에 자리한 기아차 광주2공장. 인기 차종인 스포티지R을 주로 양산하는 이곳은 광주공장의 62만대 증산 프로젝트 핵심공장이다. 62만대 증산 프로젝트는 현재 연간 50만대인 광주공장의 생산능력을 62만대로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광주 지역 총생산의 약 30%를 담당하게 돼 기아차 광주공장의 증산 프로젝트는 지역 산업계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이를 위해 기아차는 지난해 말 3,000억원을 들여 2공장 증산설비를 마무리했고 당초 지난 2월 초부터 본격적인 증산에 돌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설비는 4개월이 다 돼가도록 아직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증산을 위해서는 반드시 노사 간 협의를 거쳐야 하는데 노조 대의원대회 등을 이유로 협의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시작된 기아차 노조 지부의 정기 대의원대회는 주간연속2교대제 등의 48개 안건을 놓고 해를 넘겨 4개월 동안 진행됐다. 이어 기아차 노조 광주지회 대의원대회가 3월25일까지 진행되면서 이 기간에 광주공장 증산협의는 올스톱 상태였다.

가까스로 4월부터 증산협의가 시작돼 지난 10일까지 6차 협의가 진행되기도 했으나 13일 기아차 노조 지부의 대의원 대회가 다시 시작되면서 증산협의는 또다시 중단된 상태다.

특히 이번 대의원대회서는 올해 임금교섭 요구안 등 무려 54개 안건이 상정돼 있고 내부의 계파 간 갈등 등으로 상당한 진통이 계속되고 있어 대의원대회가 어제쯤 끝날지 기약할 수 없는 형편이다.

상정된 안건을 모두 처리해야만 대의원대회가 마무리되고 그때 가서야 광주공장의 증산협의도 재개될 수 있는 상황이다.

노조의 증산협의가 4개월째 제자리걸음을 걸으면서 당장 광주공장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2공장 증산이 지연되면서 월 8,000여대가량 생산을 못하고 있다. 결국 2월 이후 4개월 동안 3만여대의 생산 차질이 빚어진 셈이다. 이에 따라 9만여대에 이르는 국내외 주문 적체물량 해소에도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기아차는 노조와의 합의가 지연되면서 2월 생산직 채용공고 이후 넉 달째 합격자 발표도 못하면서 응시생들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3공장 봉고트럭 증산 역시 증산을 논의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광주공장 임직원과 협력업체 임직원들은 14일과 24일 잇따라 증산 결의대회를 갖는 등 노조에 조속한 협의 참여를 촉구하고 나섰다.

기아차 광주공장의 62만대 증산에 맞춰 설비와 인력 등에 대규모로 투자한 협력업체들도 증산 지연으로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김창수 현성테크노 사장은 "협력업체들은 이미 증산에 대비해 투자를 완료한 상황에서 증산 지연으로 어려움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며 "노조가 하루빨리 증산이 추진될 수 있도록 협의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지역 경제계 역시 노조가 광주공장의 경쟁력 향상과 지역경제 성장이라는 중요 현안은 뒷전인 채 자신들의 잇속만 챙기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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