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 형제 "황금질주 보라"

10일 밤 10시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동시 출격
●모태범, 작년 세계선수권 우승
500m 세계랭킹 1위… 올림픽 2연패 부푼꿈
●이규혁, 올림픽 마지막 도전장
노메달 징크스 날리고 유종의 미 거둘지 관심

2010 밴쿠버올림픽 '깜짝' 금메달을 통해 무명에서 강자로 자리매김한 모태범(25·대한항공). 메달이란 메달은 다 따봤지만 올림픽 메달만 없는 백전노장 이규혁(36·서울시청). 한국 스피드스케이팅(빙속) 단거리의 간판인 이 두 남자가 10일 오후10시(이하 한국시각) 소치올림픽 빙속 남자 500m 경기에 마침내 출격한다. 모태범은 올림픽 2연패, 이규혁은 처음이자 마지막 올림픽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이강석(29·의정부시청)과 김태윤(20·한국체대)도 출전한다.

◇세계랭킹 1위의 위엄=4년 전 밴쿠버에서 모태범이 딴 금메달은 한국선수단의 대회 첫 금메달이자 한국 빙속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이었다. 당시 외국 기자들은 공황에 빠졌다. 모태범에 대한 정보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급한 대로 한국 취재진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한국 기자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정도로 무명이었지만 이번 소치올림픽은 다르다. 500m 세계랭킹 1위로서 금메달 지키기에 나선다.

모태범은 지난해 3월 종목별 세계선수권 500m에서 우승했고 올 시즌 월드컵 1~4차 대회에서 527포인트를 쌓아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월드컵 4차 대회에서는 500m와 1,000m 모두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캐나다 단거리 대표 출신인 케빈 크로켓 대표팀 코치는 "모태범은 지금껏 본 것 중 컨디션이 가장 좋은 것 같다. 빙상장(아들레르아레나) 온도가 올라가면서 빙질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밴쿠버올림픽 500m 금, 1,000m 은메달 이후 잠시 슬럼프에 빠졌던 모태범은 지난 2012년 9월 부임한 케빈 코치의 도움으로 올림픽 2연패에 대한 자신감을 키웠다.

도박사들도 모태범의 올림픽 2연패를 점치고 있다. 9일 현재 주요 베팅 사이트에 나타난 빙속 남자 500m의 우승 배당률은 모태범이 2~3.5배로 가장 낮다. 우승 확률이 가장 높다는 얘기다. 2위인 미헐 뮐더르(네덜란드)는 3~4.5배 수준으로 집계되고 있다.

◇4년 전 눈물, 기쁨의 눈물로 바뀔까=이규혁은 자신의 다섯번째 올림픽인 밴쿠버올림픽을 마치고 참았던 눈물을 쏟고 말았다. 그는 500m에서 15위, 1,000m 9위에 그쳤다. 이후 은퇴 기로에 섰던 이규혁은 한번 더 도전을 선택했고 여섯번째이자 마지막 올림픽 무대에 서게 됐다.

동·하계올림픽을 통틀어 한국 선수 가운데 최다 출전. 대표팀 경력만 20년이 넘는다. 월드컵 통산 금메달이 10개가 넘고 세계선수권에서도 금메달만 5개를 따낸 이규혁이지만 가장 큰 무대인 올림픽에서는 아직 동메달 1개도 없다.

이번에도 메달 전망이 밝은 것은 아니다. 이규혁은 지난달 말 일본 나가노에서 열린 스프린트 세계선수권 500m 1·2차 레이스에서 각각 14위, 21위에 그쳤다. 1,000m에서도 10위권에 머물렀다. 하지만 스스로가 "메달은 없지만 올림픽을 통해 배운 게 많다. 이번엔 메달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았다"고 밝힌 만큼 부담 없이 탄다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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