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Story] 허명효 룩옵틱스 대표

"안경은 얼굴… 자신을 표현하는 패션 아이템으로 최고죠"


●허명효 대표는 ▲1963년 경남 진주 ▲1982년 진주 동명고 ▲1992년 서울보건대 안경광학과 ▲1994년 엠인터내셔날 대표 ▲1995년 룩옵틱스 대표 ▲2008년 마코스아다마스(지난 2010년 룩옵틱스에 합병) 대표

틈새시장 여는 방법은 차별화
시력 교정으로만 쓰라는 법 없어 기분이나 분위기 맞는 개성 연출
매장 인테리어 딱딱한 이미지 벗고 패션브랜드처럼 화사하고 세련되게
3년내 1000개 가맹점 확보 목표… 세계적 안경 프랜차이즈로 키울것


긴 머리를 휘날리며 과감한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기자를 맞은 허명효(48ㆍ사진) 룩옵틱스 대표의 모습은 단정한 차림의 여느 CEO와 달랐다. 분명 안경이 기능성 제품이 아닌 패션 아이템이라는 인식의 전환을 이끌어낸 사업적 아이디어도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나왔을 게다.

허 대표는 서울 중앙대 앞 20㎡(6평)짜리 작은 안경점에서 시작해 매출액 900억원대 안경 디자인ㆍ유통업체를 일군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개천에서 용났다'는 말이 딱 들어 맞는다.

조그만 안경점을 운영하던 허 대표를 현재의 자리로 밀어 올린 건 세계적 안경 프랜차이즈를 만들고 싶다는 '꿈'이었다. 그가 먼저 주목한 건 유통이다. 안경 프랜차이즈를 만들기 위해선 유통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는 걸 갈파했다.

허 대표는 "유통에 대한 경험이 없이 프랜차이즈를 하려면 간판만 달아야 하는 데 그렇다면 기존 안경점과 차별화를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정적인 안경점을 접고 수입 안경ㆍ선글라스 브랜드 유통업체를 차려야겠다고 결심한다.

당연히 처음엔 녹록치 않았다. 당시 유명 브랜드는 '잡기만 하면 돈이 된다'는 생각에 너도나도 유통권을 따기 위해 덤벼 들었다. 든든한 뒷배경도, 넉넉한 자금도 없었던 그가 쉽게 유명 브랜드 유통을 맡는 건 쉬울 리 없었다.

인생에 세 번의 기회가 온다고 했던가. 그 때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가 찾아왔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라는 브랜드를 유통하던 한 업자가 자금 사정이 어려워 물건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걸 알게 된 것.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이름 밖에 모르는 수입 담당자를 무작정 찾아갔다.허 대표는 그에게 다짜고짜 '꿈' 이야기를 던졌다. 당장 유통권을 주는 건 무리겠지만 꿈과 능력을 테스트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했다.

일단 1,000만원 어치만 팔게 해달라고 졸랐다. 그 물량을 받아 모두 팔았다. 다음엔 2,000만원, 5,000만원 어치로 점차 물량을 늘렸다. "그렇게 (신뢰를 얻어)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유통을 맡게 됐다"고 말하는 허 대표의 눈엔 감회어린 이슬이 맺혔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던가. 순탄치 만은 않은 게 인생길이다. 브랜드 수를 늘리며 한창 회사를 키우고 있던 그에게 시련이 닥쳐왔다. 수입업체에서 '조르지오 아르마니' 브랜드 유통을 다른 곳에 맡기려 한 것이다. 이미 수입업체가 전국 안경점에 "새로운 계약자가 나타났다"며 공문을 보낸 걸 나중에 알았다. 수입업자는 아무 것도 확인해주지 않았고, 직원들은 회사가 망할 것이라며 했다.

허 대표는 정면 돌파를 택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대신 당시 국내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졌던 브랜드 '켈빈 클라인'의 안경 유통권을 따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직원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새로운 브랜드를 잡겠다며 진정시켰다. 그리곤 뉴욕행 비행기에 오르기 위해 서둘러 여권을 챙겼다.

가장 어려울 때 또 한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제품 수입과 트렌드 파악을 위해 홍콩을 드나들며 사귀었던 미국인 친구가 '켈빈 클라인' 안경사업을 담당하는 업체인 마숀의 한국담당으로 스카우트된 것이다. 허 대표는 "'밑져야 본전'정신이 여기서도 통했다"며 "확신을 가지고 믿고 하니까 기적이 일어났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최종 유통권을 확보하기 위한 우여곡절도 많았다. 계약을 앞두고 켈빈 클라인 측은 100만달러(당시 10억원)가 들어있는 통장의 잔고증명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밤낮으로 고민하던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친척 중 한 분이 현금 100만원을 가지고 서울 여의도로 오라고 했다. 사채업자에게 10억원을 빌리자는 것이다.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그는 무릎을 탁 쳤다. 그는 "사채업자에게 빌린 돈 10억원을 통장에 넣고 잔고 증명을 받은 뒤 바로 뺐다"며 "그리고 그 자리에서 10억원을 다시 인출해 사채업자에게 수수료 100만원과 함께 돌려줬다"고 말했다.

잔고 증명을 보내자 켈빈 클라인 측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수화기 너머에서는 당장 다음 날 사무실 실사를 나오겠다는 소리가 들렸다. 당시 변변한 사무실이 없었던 그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는 "직원들에게 아무 데나 빈 사무실을 찾으라고 해서 미국 직원이 비행기를 타고 오는 동안 인테리어를 하고 전화기를 놓았다"며 "사무실을 정리할 시간을 벌기 위해 미국 직원을 태운 차를 일부러 먼 길로 빙빙 돌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다시 '밑져야 본전' 정신으로 부딪힌 그는 결국 켈빈클라인의 마음을 얻었다. 처음으로 정식 브랜드 유통권을 갖고 룩옵틱스가 잉태된 순간이었다.

그는 해외 브랜드 수입ㆍ유통을 하며 회사를 차근차근 키워왔다. 그리고 지난해 꿈을 향해 한발짝 더 다가서는 의미있는 결정을 했다. 벤처캐피털업체인 네오플럭스로부터 유치한 투자금 300억원을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프랜차이즈 '룩옵티컬'을 시작한 것이다.

허 대표는 "그동안은 고객이 당신이 하는 안경점을 와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설명할 것을 찾지 못했다"며 "고민을 거듭하다 10년 만에 '아, 이거다'라는 정답이 떠올랐다"고 사업진출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안경은 얼굴'이라고 말한다. 안경은 시력이 나빠질 때 교정하기 위해 끼는 제품이라는 '업(業)의 정의'를 재조명하자는 얘기다. 허 대표는 "앞으로 틈새시장을 여는 방법은 차별화밖에 없다"며 "업에 대한 재정의를 해야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다"고 말했다.

룩옵티컬 매장 분위기가 여느 안경점과 다른 건 이 같은 허 대표의 컨셉 때문이다. 마치 패션 브랜드 매장에 방문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세련된 인테리어는 딱딱한 이미지의 기존 안경점과 확실히 다르다. 매대 위에 올라가 있는 안경을 다양하게 써보고 거울을 통해 착용 후 모습을 살펴 볼 수 있게 한 컨셉트도 독특하다. 안경을 기능성 제품이 아닌 분위기나 기분에 따라 바꿔 쓸 수 있는 패션 아이템으로 받아들이게 하자는 전략이다.

디자인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룩옵틱스 내부에 디자인 인력은 전체 170명 중 20여명에 이른다. 단순 제조부문은 아웃소싱을 하더라도 핵심이 되는 역량은 내부에서 가져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룩옵틱스가 단순 유통업체가 아니라 해외 유명브랜드에 국내 정서에 맞게 직접 디자인 시안을 제시하고 협업을 통해 제품을 제조할 수 있는 것도 이런 역량을 인정받아서다.

룩옵틱스는 올해 가맹점 300개, 3년 안에 1,000개 정도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의 꿈인 '세계적 안경 프랜차이즈'를 만들기 위해 조만간 해외 진출도 할 계획이다. 허 대표는 "룩옵티컬은 아직 한국에서만 자란 나무에 불과"라며 "가장 잘 자랄 땅을 찾아 그곳으로 진출할 것"이라고 했다. 환하게 웃는 그에게서 웅대한 세계가 느껴졌다.




● 허명효 대표는


▦1963년 경남 진주 ▦1982년 진주 동명고 ▦1992년 서울보건대 안경광학과 ▦1994년 엠인터내셔날 대표 ▦1995년 룩옵틱스 대표 ▦2008년 마코스아다마스(지난 2010년 룩옵틱스에 합병) 대표






안경 1개당 1000원 적립… 안면 화상환자 치료 도와


■ 룩옵티컬 사회공헌활동

허명효 대표는 룩옵티컬을 통해 '안경은 얼굴이다'라는 기업철학을 실천하기 위한 사회공헌활동을 본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지난해부터 안경 1개당 1,000원씩을 적립하는 '어나더페이스 어나더 드림(Another Face Another Dream)'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올해는 안면화상환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 증가와 지원금 규모의 확대를 위해 '어나더 드림 파티(Another Dream Party)'를 개최한다.

15일 서울 논현동 클럽홀릭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룩옵티컬 전속 모델인 2PMㆍ티아라의 팬사인회, 소품경매 등 다양한 이벤트가 준비돼 있다. 안경 경매행사와 파티용 안경 판매금액은 전액 안면화상환자 지원을 위한 기부금으로 사용된다.

또한 오는 15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청담동 갤러리 페이스에서는 '룩옵티컬, 김중만이 함께하는 스타 자선 사진전'이 열린다. 전도연ㆍ김희선ㆍ유지태ㆍ장윤주ㆍ박예진ㆍ성시경 등 국내 최정상 연예인 20여명이 독특한 안경을 착용한 사진작품 20여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전시장에서는 사진 촬영 시 연예인들이 착용했던 안경 특별전시와 경매가 함께 진행되며 사진전 수익금은 저소득층 안면화상환자들을 위해 기부할 계획이다.






엘시드 등 자체 브랜드 10개 보유… 명품브랜드 안경테·선글라스 공급


■ 룩옵틱스는

룩옵틱스는 지난 1998년에 설립된 안경 디자인ㆍ유통업체다. 마코스아다마스ㆍ엘시드 등 자체 브랜드 10개를 보유하고 있다. 또 펜디ㆍ코치ㆍ캘빈클라인ㆍ페라가모 등 해외 명품 브랜드 안경테ㆍ선글라스를 공급한다. 브랜드 '마코스아다마스'를 통해 주얼리 사업도 한다.

지난해 3월 안경 프랜차이즈 '룩옵티컬'을 론칭한 룩옵틱스는 1년이 채 안 돼 전국에 가맹점 65개를 확보했다. 현재 오픈 대기 중인 점포 수도 40여개에 이른다. 지난해 매출액은 900억원, 올해 목표는 1,000억원 돌파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