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IT서비스업계 '이유있는 외도'

무인헬기… 중고차 매매… LED조명…
대기업 공공부문 수주 규제… 신사업·해외 진출로 돌파구
여력없는 중소업체 고사 위기


대기업은 좁아진 국내 시장이, 소기업은 인색한 중견 기업들이 원망스럽다. 요즘 국내 정보기술(IT)서비스 업계의 처지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 신 사업과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LG CNS는 16일 무인헬기 제조사인 원신스카이텍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IT서비스를 본업으로 삼아 온 기업이 하드웨어 업체를 사들인 것이다. 무인헬기는 송전선ㆍ송유관ㆍ댐 같은 대규모 시설 감시나 해안ㆍ산림ㆍ국경 감시, 범죄차량 추적, 방사능 탐지, 교량 가설 지원, 물자수송, 재난 피해상황 파악과 구조 활동 지원, 농약 살포ㆍ파종 지원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된다.

이는 신 사업과 해외 사업 양쪽을 다 잡겠다는 포석이다. 원신스카이텍은 미국ㆍ프랑스ㆍ러시아ㆍ중국ㆍ터키 등에 무인헬기를 수출하고 있는 기업으로, 지난해 방위사업청이 추진하는 국산 무인헬기 개발사업을 LG CNS와 공동으로 수주하는 등 협력관계를 맺어왔다. 원신스카이텍이 무인헬기를, LG CNS는 무인헬기에 내장되는 소프트웨어와 솔루션 등을 개발해 공동으로 해외 진출의 범위를 넓힌다는 게 LG CNS의 전략이다.

언뜻 본업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사업을 진행하는 IT서비스기업은 LG CNS뿐만이 아니다. SK C&C는 중고차 매매 서비스인 '엔카'를 흡수합병하고 해외 중고차 시장에도 진출키로 했다. 포스코ICT는 지난 2010년 포스코LED를 자회사로 설립하고 국내외 LED 조명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신성장동력'과 '해외진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전략이 '대세'로 자리잡는 추세다.

한 IT 서비스업체 관계자는 "공공부문 IT서비스 시장은 막힌 데다 금융IT 분야는 수익이 거의 없다"며 "올해 신사업과 해외진출에서 얼마나 성과가 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실적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삼성SDS, LG CNS, SK C&C 등 대기업 계열 IT 서비스 업체들의 공공부문 IT서비스 사업 수주를 전면 제한하고 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등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1년 7월 말까지 대기업 계열 IT서비스사의 공공부문 IT사업 수주 규모는 총 1조3,000억이 넘었다. 금융 IT의 경우 "대규모 사업이긴 하지만 수익이 많지 않고 기존에 구축한 프로젝트를 유지 보수하는 정도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또 다른 관계자의 설명이다.

덩치가 작은 IT서비스 업체들은 상황이 더 어렵다. 대기업이 못 맡게 된 공공분야의 일감이 일부 중견사로 몰리면서부터다. 한 관계자는 "오히려 대기업 IT서비스 계열사와 소기업들이 협력할 때는 계약조건이 좋았는데, 중견 기업들과 함께 사업을 하면 공기가 지연되거나 단가를 더 적게 받는 경우가 많다"고 호소했다. 이들 역시 신사업 발굴과 해외진출이 절실하지만 기업 규모상 그럴 만한 여력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 같은 여건에도 불구하고 국내 IT서비스 시장은 전반적으로 성장할 전망이어서 수주에 제한을 받는 업계는 속이 타고 있다. 한국IDC는 올해 국내 IT서비스 시장이 전년보다 4.1% 성장한 7조7,815억원 규모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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