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여름휴가 꿈도 못 꿔요"

몰아치는 정부 사정한파에 글로벌시장 장기침체
이건희·정몽구·구본무 회장 등 자택서 하반기 그룹경영 구상
정준양, 국내외 생산현장 방문
허창수, 신사업 투자 현안 점검
신동빈, 세무조사에 국내 남아


지루한 장마가 끝이 나고 무더위와 함께 본격적인 여름 휴가가 시작됐지만 대기업 총수들은 대부분 올해 휴가를 반납하거나 자택에 머물고 있다. 불안정한 안팎의 상황 때문이다. 안으로는 정부의 사정한파가 휘몰아치고 밖으로는 글로벌시장 장기침체로 겹겹의 어려움에 처한 기업을 추스르기 위해 총수들은 휴가를 떠나지 못한 채 신시장 개척과 신사업 진출 구상에 몰두하고 있다.

5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최근 일본과 프랑스ㆍ벨기에 등을 둘러보고 37일 만에 귀국한 이건희 회장은 여름 출장 계획은 따로 잡지 않고 자택에서 경영 구상에 몰입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올 여름도 별다른 계획 없이 하루 이틀 자택에 머물며 하반기 경영구상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유럽 경제위기 여파로 올 하반기 세계 자동차 수요 증가율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엔저가 지속되고 있어 일본 자동차 업계와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 회장은 이런 상황을 돌파해 올해 사업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구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자택에서 독서 등을 통해 상반기 경영을 되짚어보고 본인이 제시한 시장 선도의 화두를 추진하기 위해 하반기 전략 구상에 들어갔다. LG의 한 관계자는 "구 회장은 자택에서 휴가를 보낼 때 외부 외출 대신 자택에서 휴식과 독서, 경영 구상 등을 한다"며 "올해 역시 가족과 자택에서 소탈한 여름 휴가를 보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의 경우 올 여름 휴가를 포기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력 계열사 세무조사가 진행되는 만큼 일본을 방문하는 대신 국내에서 경영 구상에 집중할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올해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광양ㆍ포항 제철소와 해외 생산현장을 직접 돌아보며 하반기 경영전략 짜기에 주력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특히 철강업계가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4ㆍ4분기를 저점으로 포스코의 실적이 서서히 회복되는 상황에서 올 하반기 수익성 제고 전략 마련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허창수 GS 회장은 지난 7월24일부터 4일간 진행된 전국경제인연합회 제주도 하계포럼을 다녀온 후 현재 가족들과 휴식을 취하면서 하반기 경영을 구상하고 있다. 허 회장은 GS회장과 전경련 회장직을 겸직하는 만큼 그룹의 신사업 투자 등 현안 점검과 함께 경제민주화 등 재계의 공통 이슈에 대한 생각을 가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자택에 머물며 항공사의 각종 사안을 보고받고 업무를 챙기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사 회장이다 보니 해외출장도 잦고 여름 휴가는 보통 집에서 가족과 함께 하시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조석래 효성 회장은 휴가철인 최근에도 특별한 외부 일정이 없을 경우 마포구 공덕동 본사에 출근해 경영회의 등을 주재하며 업무를 보고 있다. 조 회장은 최근 기업 간 거래(B2B) 기업 특성에 따라 국제 정세 분석은 물론 상반기 탄소섬유에 이어 하반기 광학필름 증설에 관심을 갖고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별도의 휴가 없이 금강산 관광 등 대북사업의 재개에 힘쓰는 한편 주력계열사인 현대상선이 어려운 해운시황 불황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데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사고 수습과 올해를 목표로 한 금호타이어 워크아웃 졸업을 위해 국내에서 경영정상화에 전념한다.

현재현 동양 회장은 평소 짧은 기간 가족과 강원도 등 국내에서 여름 휴가를 즐기는 편이지만 올해는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경영 개선 및 사업구조 재편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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