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형·한화갑, 고건 만난다

민주發 정계개편 촉각 속 무슨 얘기할까 주목
우리당선 "당분간 정계개편 논의는 없을 것"

7·26 재·보선에서 승리한 조순형(왼쪽에서 두번째) 당선자가 27일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대표단 회의에 참석, 한화갑(오른쪽)대표가 안내하는 자리로 가고있다. /신상순기자

탄핵 역풍으로 물러났던 조순형 전 민주당 대표의 여의도 재입성 성공으로 향후 정치권의 정계 개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선 일성으로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전선으로 300여 척의 왜군을 무찔렀듯 나라를 구하는 12번째 전선이 되겠다”고 말한 조 당선자는 “노무현 정권이 회개하고 반성한다면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전제조건을 달긴 했지만 열린우리당과 통합에 대해 ‘대선만을 겨냥한 정치적 야합’이라던 기존의 입장과는 달라진 분위기가 읽히는 대목이다. 조 당선자는 27일 KBS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총선에서 유권자가 정해준 정치구도는 다음 총선까지 유지해야 한다”고 원칙을 밝히면서도 “한화갑 대표를 중심으로 여러 정계개편 구상을 추진하는데 먼저 당에 복귀해 사정을 파악해야 할 것 같다”며 여지를 두었다. 조 당선자는 최근 한 대표가 제시한 정계개편 3원칙에 대해 동의한다는 뜻을 밝힌 바도 있다. 3대 원칙이란 열린우리당의 해체를 전제로 한 민주당 중심의 통합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 전 대표와 한 대표가 조만간 범여권 대선주자 중 한 명인 고 건 전 총리를 만날 것으로 알려져 논의 내용이 주목된다. 이에 비해 열린우리당은 당분간 정계개편 논의는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당내 중도파 의원 모임인‘희망 21’과 ‘국민의 길’소속 의원 39명은 이날 모임을 열고 조급한 정계개편 논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희망 21’소속인 양형일 의원은 공동성명서 발표에서 “정계개편 논의가 앞당겨지거나 활성화 될 것이란 분석이 있지만 동의하기 어렵다”며 “논의는 정파적 이해를 떠나 역사와 정치발전의 큰 틀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의원은 이어 “조순형 후보의 당선이 지난 탄핵에 대해 정당성이 부여되거나 사면ㆍ복권 의미로 해석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당내 호남 및 수도권 지역 의원들의 동요 여부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오죽했으면 탄핵하신 분을 살려줬겠느냐”고 했고 다른 한 의원도 “이제 우리당 간판으로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특히 전통적 지지 기반인 호남층과 중도성향 표심이 이탈하는 것에 강한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다. 영남지역 예비대권주자로 꼽히는 김혁규 의원도 이날 홈페이지 글을 통해 “대통합론을 비롯한 모든 논의에 대해 어떤 터부나 선입견 없이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계개편 논의는 정기국회 이후에 하자’는 우리당 지도부의 방침과 달리 당 내외 변수로 정계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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