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김모(59세)씨는 요즘 증권사 계좌를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지난 2011년 1월 연 10%의 높은 채권금리에 끌려 투자했던 브라질 국채가 지난달 만기 때 돌려준 금액은 그동안 받은 이자수익을 감안해도 원금보다 20% 적었다. 거래하던 증권사는 만기가 도래한 브라질 국채 투자자금을 다시 브라질 국채에 투자라고 권유하지만 김씨는 마음을 접었다.
브라질 국채 투자가 우려하던 대로 손실을 냈다. 헤알화 가치 하락 때문이다.
12일 서울경제신문이 브라질 국채를 판매했던 국내 주요 증권사(미래에셋·삼성·NH투자·유안타·한국투자 등)들을 조사한 결과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브라질 국채 상환 규모는 1,500억원 이상으로 이 중 대부분이 올 1월 초 만기를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증권사가 브라질 국채를 판매한 것은 대부분 2011년 초부터로 올해부터 속속 만기가 돌아오며 만기 상환액은 해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올해 만기가 된 브라질 국채가 수익은커녕 투자자들의 원금까지 손실을 끼쳤다는 점이다. 올해 만기 상환 금액을 1,500억원으로 잡고 상품을 판매한 2011년 원·헤알화 평균환율을 550원으로 계산하면 200억원 이상의 원금이 사라진 셈이다. 올해 1월 초 원·헤알 환율은 415원이었다.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 만기가 된 브라질 국채 투자자들은 이자수익을 감안해도 20% 내외의 손실을 봤고 투자시점에 따라 많은 경우는 30% 이상 손실이 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올해 만기 브라질 국채가 손실을 낸 것은 헤알화 가치 하락 때문이다. 환율이 하락할수록 매매시점 환율 대비 환손실이 커져 그만큼 수익이 줄어든다.
모 증권사 채권영업 담당자는 "2011년 1월 초 원·헤알 환율은 670원대로 현재 환율인 390원과 비교하면 환율 하락률만 40% 이상"이라며 "4년간 이자가 들어와 손실률은 줄었겠지만 이자 또한 헤알화에서 원화로 환전해 들어오기 때문에 이자 수익 또한 기대치를 밑돌았고 증권사가 제시한 연 10%의 이자수익을 감안하면 체감 손실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 증권사들은 올해 만기가 된 브라질 국채 투자자들에게 재투자하라고 권유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브라질 국가 신용등급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증권사들은 특정 등급 이하로 신용등급이 내려갈 경우 투자 권유를 하지 않기로 한 자체기준이 있어 재투자 권유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재 브라질 신용등급은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투기등급 바로 한 단계 위까지 강등시켰고 무디스 또한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다.
시장 전문가들은 브라질 국채 투자 시 단기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모 증권사 강남지점 프라이빗뱅커(PB)는 "10년 이상 장기물일 경우 브라질 경제 환경 변화를 바라보며 기다릴 여유가 있지만 2013년 토빈세 폐지 이후 나온 단기물일 경우 이자를 받는 기간이 짧아 환율이나 금리 변화에 인한 손실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신규 투자자의 경우 현재 환율은 매력적이지만 브라질 경제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단기보다 장기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