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법 역외적용' 새 수입규제 수단으로 부상

中등 60여 국가로 늘어
中반독점법 8월부터 시행… "한국기업 대응책 마련 시급"


경쟁법(한국의 공정거래법)에 역외적용 조항을 넣은 국가가 중국을 포함, 60여개 국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외적용이란 B국에서 일어난 카르텔, 인수합병(M&A) 등에 대해서도 A국에서 심사 및 제재를 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또 선진국을 중심으로 반덤핑 등 기존 수입규제 발동을 줄이는 대신 역외적용 조항을 활용, 카르텔 규제 등 공정거래 정책을 신 수입규제 일환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한국 기업이 많이 진출한 중국은 오는 8월부터 역외적용 조항이 명문화된 반독점법을 발효할 예정이어서 ‘중국 반독점발’ 여파도 우려되고 있다. 8일 공정거래위원회 및 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경쟁법 역외적용이 국제관습법으로 굳혀지는 등 우리 정부 및 글로벌 기업들의 대응책 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M&A 전세계 60개국에서 심사=심영섭 산업연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쟁법 역외 적용의 세계적 확산과 그 합의’ 보고서에서 현재 전세계적으로 60여개 국가가 역외적용 조항을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쟁법 역외적용이란 한마디로 자국 밖에서 일어난 카르텔, 인수ㆍ합병에 대해 해당 국가가 심사 및 제제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한다. 지난 2007년 8월 미국 법무부가 대한항공과 영국 브리티시에어웨이 등 두 항공사에 대해 화물 운임 담합을 근거로 벌금을 부과한 것도 미 경쟁법에 역외조항이 명문화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쟁법에 역외적용 조항을 넣은 국가가 늘면서 현재는 전세계 60여개 국으로 확대되는 등 추세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이론상으로는 국내 기업 가격담합 및 M&A에 대해 전세계 60여개 국이 제재 및 심사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반독점발 폭풍 오나=삼성전자 등 우리 글로벌 기업들은 최근 들어 미국ㆍ유럽 등 경쟁당국으로 카르텔 등을 이유로 벌금ㆍ인신 구속 등의 조치를 받았으며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문제는 이런 가운데 우리 기업의 주활동 무대인 중국에서도 8월부터 반독점법이 시행된다는 점이다. 중국 반독점법 제2조에는 ‘자국 내 시장경쟁을 배제하거나 제한하는 영향을 미치는 중화인민공화국의 영역 외의 행위에 대해서도 적용할 수 있다’며 역외적용 조항을 규정하고 있다. 심 연구위원은 “중국 반독점법은 경쟁당국이 특정 목적을 위해 재량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가 얼마든지 있다”며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등 다국적 기업이 주요 타킷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 산업보호 정책으로 부상=이런 가운데 전세계 경쟁당국이 경쟁법을 수입규제 등 자국 산업 보호 정책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공정위는 최근 들어 선진국을 중심으로 반덤핑ㆍ상계관세 등이 줄고 경쟁법 집행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한 예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전세계 경쟁당국의 카르텔 조사는 보통 비밀리에 진행된다. 때문에 글로벌 M&A 시 이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워 M&A 후 가격담합이 확정돼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은 상태다. 심 연구위원은 “이에 맞춰 우리 경쟁당국도 전세계를 상대로 한 경쟁법 집행에 더욱 적극 대응해야 한다”며 “아울러 우리 글로벌 기업도 경쟁법 역외적용이 관습법화되고 있다는 점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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