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한진가로 관심을 모은 조현호 CXC 회장이 주력으로 삼겠다던 자동차는 버리고 전문 분야인 금융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애초부터 자동차는 금융업에 진출하기 쉬운 구실을 마련한 것일 뿐 향후 자동차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뗄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XC가 독점 수입하고 있는 미쓰비시 자동차는 사실상 국내 영업에서 손을 뗀 것으로 보인다. CXC는 당초 올해 하반기 신차로 픽업트럭인 L200의 출시를 비롯해 추가로 모델을 들여오겠다고 했으나 모든 계획을 접은 상태다.
자동차 사업 자체를 철수한 가능성도 엿보인다. 주력인 미쓰비시는 올해는 물론이고 내년에도 신차 출시 예정이 없다.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새로운 차량을 추가하거나 마케팅을 강화해야 함에도 오히려 PR 대행사와의 계약마저 지난달 종료하고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미쓰비시의 올해 판매량은 10월까지 55대에 불과해 롤스로이스(21대)를 제외하면 사실상 수입차 판매 꼴찌다.
CXC는 미쓰비시를 비롯해 캐딜락ㆍ크라이슬러ㆍ푸조ㆍ이베코 등의 수입차 딜러권을 확보하고 있지만 큰 재미를 못 보고 있다. 시트로엥의 강남 딜러권은 이미 반납했다. 업계에 따르면 CXC는 다른 브랜드의 사업도 언제든 넘길 용의가 있고 일부는 매물로도 나와 있지만 인수자가 없어 유지하는 형태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조중훈 한진 창업주의 동생인 조중식 전 한진건설 사장의 아들로 범한진가 자제의 수입차 사업 진출로 화제를 모았다. 다양한 브랜드의 수입차 판매부터 자동차 렌털, 리스, 중고차, 할부금융 등 자동차 관련 종합 서비스 업체를 표방하며 눈길을 끌었으나 현재는 대부분이 답보 상태다.
조 회장은 오히려 전문 분야인 금융업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조 회장은 미국 와튼스쿨 출신으로 시티은행ㆍHSBC 등을 거치며 홍콩을 무대로 기업 인수합병(M&A)과 부동산 투자 등을 통해 큰 성공을 거뒀다.
국내에서도 자동차와 함께 금융 분야에서 계속해 M&A를 통해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금호오토리스(현 CXC 캐피탈)를 인수했고 최근에는 한국종합캐피탈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오는 12일 본입찰이 진행되는 그린손해보험 인수에도 나설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쪽으로 진출하는데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자동차 토탈 업체를 표방했다는 소문이 있다"며 "조 회장이 자동차에 대해 큰 애정이 없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라고 귀띔했다.
미쓰비시의 수입 판매권을 따낸 것도 미쓰비시상사와 일본 내 부동산 사업을 함께 하면서 끈을 맺은 것이라 현재 유지만 하고 있을 뿐이지 사업 확장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선 조 회장의 행보를 살펴보면 자동차 사업을 계속해서 이끌고 갈지 이른 시일 내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