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이 우리 경제에 디플레이션 구름을 드리울 기세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식료품을 중심으로 한 인플레이션 위협이 고조되고 있다. 국제 곡물시장 불안이 개발도상국 등을 중심으로 식탁 물가를 폭등시킬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31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가뭄 사태로 옥수수를 비롯한 국제 곡물 가격이 크게 올라 일부 곡물 수입국들에서 항의 시위가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식량 위기가 발생했던 지난 2007~2008년과 달리 이번 위기 국면에서는 달러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고 있어 곡물 수입국들의 비용 부담이 한층 높아졌음을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를 비롯한 모로코∙요르단∙이라크 등은 2개월치 곡물을 확보하는 등 곡물 사재기에 대비한 물량 확보에 이미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골드만삭스는 최근 "전세계 곡물 가격 급등이 한국의 식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며 "한국은 쌀을 제외한 곡물의 수입 의존도가 상당히 높아 농산물 가격 변동에 취약하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 분석에 따르면 곡물 가격 불안이 우리나라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내년 초 0.2~0.4%포인트까지 높일 수 있다. 미국 가뭄 사태 여파에 따른 주요 곡물 가격은 2∙4분기 말에 비해 밀 53%, 대두 40%, 옥수수 46% 치솟을 것으로 골드만삭스는 관측했다.
정부는 할당관세 등을 적기에 조정하고 식품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식탁 물가 불안을 누그러뜨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