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 한의학, 이제 중의학과 어깨 나란히

드라마 대장금이 중국에서 방영되면서 대륙은 다시 한류열풍에 휩싸였다. 여기에 우리 고유의 음식과 한의학이 한 몫을 했다. 드라마에 등장한 ‘벌침(봉침)’을 보고 의원마다 벌침을 놓아달라는 환자들이 몰려든다는 소식이다. ‘본래 한의학이 중국 것인데, 어째서 한국 드라마를 보고서야 열광하느냐’고 중의사들이 볼멘소리를 한다는 소리도 들려온다. 한의학은 본래 명칭부터가 한(漢)의학으로 중국에 기원을 두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 시대로부터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한국과 중국은 한 뿌리에서 나서 각기 다른 가지를 뻗은 나무처럼 따로 또 같이 발전되는 과정을 거쳐 왔다. 2차 대전 때 일본은 서양 것만을 과학으로 인정하는 자국의 정책을 식민지에도 강요한 결과 한국과 중국에서 한의학은 전통이 단절되다시피 했다. 이후 70년대를 넘어서면서 중국에서는 모택동의 지시로 중의학이 재건되었고 이어 한국에서도 한의학이 다시 부흥했다. 그 결과 이제 한의학은 서구 사회에서도 첨단의학이 지닌 결정적인 한계를 메우고 함께 보조를 맞춰가야 할 주류의학으로 자리잡고 있다. 전통의학의 재건은 우리가 중국보다 한발 뒤늦게 시작되었지만, 한의학은 이제 중의학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속도를 내고 있다. 제약기술이나 한방의료 기기, 우수한 인력 등은 중국을 넘어섰다. 서로의 의술에 대한 존중으로 양국의 한의사들은 동양의학 발전에 함께 보조를 맞추기 시작했다. 한국과 중국 외에 일본 몽골 베트남 등 한의학의 전통이 뿌리내린 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의학의 표준을 만들자는 움직임도 있다. 흔히 한의학은 보약이나 침 뜸 같은 제한된 범위의 치료에서나 효용이 있는 것으로 오해 되고 있으나 5,000년의 전통을 지닌 한의약학에는 이미 모든 종류의 질병이나 상해를 치료해온 경험이 축적돼 있다. 요즘 물리치료나 추나, 안마 등도 한의학의 전통치료법에 들어있다. 3,0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의 한 고분에서 출토된 옛 의서(마왕퇴 의서)는 절반을 훨씬 넘는 분량을 외치법(外治; 외과 의술)에 관한 기술에 할애한다. 고대 화타나 편작은 세계 최초의 마취와 수술을 시술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그 위에 현대기술로 더해진 약침이나 전자침 같은 것들이 더해지면서 한방치료의 세계는 한층 다양해졌다. 중국에서 서양의술과 접목된 중서결합의들이 의료의 중심에 서고 있는 데 반해 우리는 아직 통합의료에 관한한 걸음마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은 큰 아쉬움이다. 이은주ㆍ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화당한의원장ㆍ한국밝은성연구소장ㆍwww.daehwad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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