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전세계 기업들이 글로벌 인수합병(M&A)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는 ‘M&A 6차 물결’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신규 진출보다는 M&A를 통해 몸집을 키우고 시장을 선점해나가는 게 국제 조류로 굳혀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이르면 오는 9월 초 글로벌 M&A 활성화 방안을 내놓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조류에 편승하지 못하면 500대 글로벌 기업에 우리 기업이 명함조차 내밀지도 못하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 기업의 글로벌 M&A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경제규모는 전세계 11위지만 지난 2006년 전체 M&A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1.0%로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국제 M&A도 외국 기업이 우리 기업을 인수하는 게 태반인 현실이다. ◇글로벌 M&A 선택 아닌 생존=전홍렬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M&A는 우리 경제와 기업의 미래가 달려 있는 중요한 국가 인프라”라며 “국가 M&A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글로벌 M&A는 기업들에 선택이 아닌 생존인 단계에 이르렀다. 새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그린필드형 투자로는 한계에 도달한 것. M&A를 통한 대형화ㆍ다각화로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신사업을 확대하는 전략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다. 실제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해외 투자의 절반가량은 M&A로 채워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제 M&A 금액은 2003년 3,600억달러, 2004년 5,800억달러, 2005년 9,600억달러, 지난해 상반기 7,200억달러로 급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M&A 영역도 이통통신ㆍ에너지ㆍ원자재ㆍ금융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 ◇500대 글로벌 기업도 위태=한국 기업의 글로벌 M&A는 2005년 기준으로 미국 기업의 0.3%에 불과하다. 2006년 전세계 M&A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국내총생산 대비로는 4.0%로 극히 저조하다. 반면 중국ㆍ인도 등 우리 경쟁국은 글로벌 M&A에 적극 나서면서 글로벌 기업 판도를 바꾸고 있다. 500대 글로벌 기업에 속한 우리 기업은 95년 12개, 2000년 11개, 2005년 12개 등으로 제자리걸음을 보이고 있다. 반면 중국은 95년 2개, 2000년 12개, 2005년 20개로 이미 한국을 앞질렀다. 인도도 M&A를 토대로 세력을 넓히면서 500대 글로벌 기업에 95년 1개에서 2006년 6개가 포함, 급성장했다. ◇정부, 글로벌 M&A 기반 마련하겠다=국내 기업의 글로벌 M&A 부진에 대해 이경상 대한상의 기업정책팀 팀장은 “M&A를 문어발식 확장으로 보는 인식과 대형 외국 기업을 인수할 때 자금동원능력 부족이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인식은 많이 바뀌고 있지만 자금지원에 대한 배려는 부족한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정부 대책의 초점도 글로벌 M&A에 대한 자금지원에 맞춰져 있다. 우선 국책은행 등이 참여하는 글로벌 M&A 펀드를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펀드에 대해서는 각종 규제를 완화, 글로벌 기금으로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국내 금융기관이 역외에서 만든 사모투자펀드(PEF)에 대해 각종 규제를 완화, 우리 기업이 해외 기업 M&A 때 자금을 지원하도록 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또 “아직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해외 M&A 자금지원을 위해 M&A용 사모주식을 발행하는 것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일본ㆍ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경우 특정용도의 사모주식 발행을 허용하고 있다는 게 상의 측의 설명이다. 윤영각 삼정KPMG그룹 대표는 “세계로 나간 한국 기업들이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기술력 있는 기업에 대한 M&A를 겁내서는 안 된다”며 “오히려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