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원“최악의 사태… 특단대책 불가피”/한은“안도”… 철야농성·단식투쟁 종료/금융계“재경원·한은 대립에 위기만 심화”○…재정경제원은 18일 국회 본회의에서 금융개혁법안의 처리가 무산되자 『마침내 우려하던 최악의 사태가 왔다』며 망연자실.
재경원 관계자는 이제 해외에서 정부정책의 신뢰성과 추진 의지가 전면 불신당해 가뜩이나 경색된 자금공급로가 더욱 막히고 국내투자자의 해외이탈도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 이와함께 이런 형편에 어떤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아도 약효가 신통치 않을 것으로 예측하면서 광범위하고 강도높은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제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여부에 대해서는 관련 실무자들은 일단 전면부인하는 입장인 반면, 또다른 관계자들은 『입법권을 가진 국회가 정부를 불신하는 상황에서 외국인들이 한국경제의 장래에 얼마나 신뢰를 줄지 의문인 상황』이라면서 『경제부총리의 사임이 임박할 정도로 위기상황인 만큼 접근 가능한 모든 수단이 총동원돼야 할 것』이라고 침통한 분위기.
○…한국은행은 한은법 개정안 처리가 결국 무산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지난 12일부터 시작했던 철야농성 및 단식투쟁을 6일만에 종료. 한은 직원들은 또 18일 낮 궐기대회를 갖고 한은법 개정 저지 성공을 자축하고 경찰에 연행된 직원들의 석방을 촉구.
그러나 한은 임직원들은 국회에서 내년1월 임시국회를 열어 한은법을 다시 논의할 예정인만큼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며 다시 전의를 북돋우는 분위기.
또 이번 한은법 개정과정에서 이경식 총재 때문에 한은의 처지가 어려웠던 점을 되새기면서 이총재를 강력히 성토하는 모습.
○…금융계는 금융개혁법안 처리가 결국 무산되자 실제 금융개혁과는 큰 관계도 없는 법안을 놓고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이 싸우는 바람에 대외신인도만 저하되었다고 양측을 싸잡아 비난하는 분위기.
금융계는 또 감독기구 통합에 대해 통합여부보다도 감독기구의 효율적 운영이 더 중요하다며 재경원과 한은 어느 기관에 소속되느냐는 문제되지 않는다고 비난.
특히 재경원과 한은이 금융개혁법안때문에 감정대립을 보여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금융위기가 심화되고 있다고 질타.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가뜩이나 외화차입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개혁법안 처리무산이 외국인들에게 우리 정부의 위기대처능력 부재로 비춰져 해외차입이 더욱 어려워질 것을 우려.
대우증권 강창희 상무는 『감독기관 통합이라는 법안의 목적 자체보다 정부의 처리의지에도 불구하고 통과가 무산된 것은 외국인들에게 우리 정부의 조정능력 부족으로 비춰져 해외차입이 더욱 어려운 환경으로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동양증권 유준렬 이사도 『법안처리 무산 자체는 사실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본다』며 『문제는 현 외화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대책이 자존심만을 생각해 실기함에 따라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경제정책의 대외공신력 및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크게 실추, 금융과 외환시장 불안이 증폭되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여건이 최악의 국면을 맞을 것으로 크게 우려하고 있다. 전경련 김태일이사는 『금융산업의 경쟁력강화와 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당장 필요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정리와 부실금융기관의 매수합병(M&A), 금융규제 철폐, 금융기관간 경쟁촉진 계획등이 차질을 빚어 금융과 증시불안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의는 금융개혁추진에 차질이 생기고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가 확산되면서 대외신인도가 크게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는 입장을 공식발표했다.<정경·산업·증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