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의 변동성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며 시장 자체의 활력이 사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수 대형주의 모멘텀이 약화된 가운데 이들 종목에 대한 가격 플레이만 이어지다 보니 변동성과 거래대금 모두 줄어들고 있다"며 "악재든 호재든 증시에 탄력을 줄 만한 변동성이 지금보다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일평균 변동성(V)코스피200지수는 13.52포인트로 지수가 산출된 200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V코스피200지수는 코스피200의 옵션 가격을 이용해 옵션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코스피200지수의 미래(30일) 변동성을 측정한 값이다. 지수가 높을수록 변동성이 크다. 이 지수는 2009년부터 공식 산출됐으며 2003~2008년 수치는 과거 수치를 활용해 소급 산정했다.
변동성이 20포인트 아래로 떨어진 시점과 거래대금이 급감한 시기도 맞아떨어진다. 2011년 6조8,631억원이던 유가증권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2012년 4조8,236억원, 2013년 3조9,934억원으로 미끄러졌고 올해 들어서는 3조5,000억원대를 나타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 변동성과 거래대금 축소의 원인을 '창의성이 떨어진 증시·산업 구조'에서 찾는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중심의 한국 주식시장은 너무 뻔하게 예측 가능한 시장이 됐기에 변동성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도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의 실적 및 모바일 스토리, 현대차의 신차 기대감이 시장에 어느 정도 변동성을 만들어줬지만 이후 포스트 삼성전자, 포스트 현대차 같은 혁신 기업·산업의 출현이 부진한 상황"이라며 "모든 투자주체가 뻔한 종목을 두고 모멘텀보다는 싸냐 비싸냐의 밸류에이션으로만 접근하다 보니 시장 자체의 활력이 떨어지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호재든 악재든 예상 밖의 서프라이즈로 시장의 변동성이 현 수준보다는 확대돼야 투자자의 시장 전망도 다양해지고 거래대금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이슈로는 금리·실적·환율 등이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증시 내 혁신 종목이 늘어나야 한다는 게 김 연구원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