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지구반대편과 엇갈린 기업정서
이규진기자 노소비체=sky@sed.co.kr
지난 25일 체코의 동북부 소도시 노소비체. 현대자동차 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국내외 관계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오전11시(현지시각) 개막식 직전 한 50대의 협력업체 대표는 "이럴 때는 왠지 목이 멘다"며 "외국 자본에 목말라 있던 한국이 거꾸로 해외에 자동차 생산공장을 짓는다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이곳 노소비체의 땅값은 현대차의 공장 유치 이후 무려 15배나 뛰었다. 최첨단 자동차 공장을 앞세워 체코 자동차산업의 메카로 급부상해 7,000여명이 넘는 고용창출 효과를 누리게 됐다. 체코 정부는 현대차 공장 유치를 위해 총투자비의 15% 인센티브 지원, 교육비 35% 지원, 철도 및 도로 건설 등을 약속했다. 아깝지 않은 투자인 셈이다.
하루 앞서 24일에는 인구 8만명의 슬로바키아 질리나가 들썩거렸다. 동유럽 특유의 좁은 길이 한국의 지방 소도시 같은 느낌이지만 최근 몇 년 새 질리나는 슬로바키아의 새로운 경제 축으로 부상했다. 기아차 공장 건립으로 생기는 일자리는 질리나시 주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은 2004년 첫 삽을 뜬 후 지금까지 2,300명의 현지 직원을 채용했다. 부품 협력업체 등 관련 분야(6,000명)까지 합치면 총 8,300명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줬다.
지구 반대편 동유럽에서 넘치는 사랑을 받는 현대ㆍ기아차가 한국에서는 어떨까. 밖으로는 반기업정서에, 안으로는 파업에 시간과 생산성을 뺏기며 경쟁사인 도요타의 무한질주를 넋 놓고 쳐다보고만 있는 형편이다. 실제 2005년 하버리포트에 따르면 현대차의 자동차 한 대당 조립시간은 32.2시간. 도요타의 19.5시간에 비해 60% 이상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원가 경쟁력에서 일본 자동차 회사를 앞서기 위해 3만명을 감원하고 9개 공장을 폐쇄하기로 한 GM의 결정이 남의 일만은 아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속담이 있다. 하지만 동유럽에서 환영받는 현대ㆍ기아차를 보며 '안에서 망가진 바가지 밖에서 고친다'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입력시간 : 2007/04/26 16: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