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 'CEO지침 메모' 파문

"고객 투자자문때 얼마나 솔직해야 되나요"
美 검찰 "철저 조사"

미국 씨티그룹 산하 투자은행의 리서치 책임자가 고객을 위해 투자 자문할 때 ‘얼마나 솔직해야 할지’에 대해 최고경영자(CEO)의 지침을 요청한 메모가 폭로돼 파문이 일고 있다. 25일 CNN 머니가 경제금융 전문지 포천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극비’로 분류된 문제의 메모는 지난 2002년 3월22일자로 씨티그룹 소송에 관여된 미국 플로리다법률회사 배빗 존슨 오스본 앤드 르클랜치가 법정에 제출함으로써 공개됐다. 이 메모는 씨티그룹 산하 살로먼 스미스 바니의 리서치 책임자 존 호프먼이 마이클 카펜터 CEO 앞으로 보낸 것이다. 호프먼은 메모에서 “고객을 위해 투자 자문할 때 특정기업 주식을 ▦사자 ▦보유 ▦팔자의 3단계로 평가하는 현재의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면서 “문제는 평가 시스템을 제대로 개선하는 작업과 회사의 이익이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즉, 리서치 쪽에서 특정 기업을 나쁘게 평가할 경우 이 기업을 고객으로 잡아야 하는 투자은행 비즈니스 쪽에서 애를 먹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메모는 강조했다. 호프먼은 따라서 “(사장이)개인적으로 지침을 주길 바란다”면서 “이사회 차원에서 공식 협의가 이뤄지기 이전에 우리 두 사람이 은밀히 만나 사전 조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메모는 당신(사장)에게만 보내는 것이니 각별히 관리에 조심하도록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투명성’ 개선에 강한 의지를 보여온 뉴욕주의 엘리엇 스피처 검찰총장은 “피가 거꾸로 치솟는듯한 분노를 느꼈다”고 비판하고 “철저히 조사해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