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에 필 꽂힌 모바일 게임사

"황금알 낳는 시장" 게임빌·선데이토즈 잇단 진출
차세대 한류 콘텐츠로 키우려면 정부 지원 절실

선데이토즈 '애니팡'

게임빌 '에어펭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국내 모바일 게임 업계가 속속 캐릭터시장에 진출하며 활로를 넓히고 있다. 업계에서는 게임이 영화, 드라마에 이은 차세대 한류 콘텐츠로 부상할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게임빌은 이르면 다음달 모바일 게임 '에어펭귄'을 소재로 한 캐릭터 용품을 대거 출시하고 캐릭터시장에 뛰어든다. 기존에도 교육용 서적과 물놀이 용품 등에 일부 에어펭귄 캐릭터를 적용한 제품이 출시된 적이 있지만 올해부터는 의류, 도서, 문구, 완구 등 전방위로 캐릭터사업을 펼쳐나간다는 계획이다.

게임빌은 이미 국내 캐릭터 전문업체 삼지애니메이션과 업무협력을 체결하고 막바지 제품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에어펭귄은 지난 2011년 글로벌시장에 첫 선을 보인 이래 전 세계 20여개국 앱스토어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인기를 모으고 있다. 현재까지 누적 다운로드는 2,500만건에 달하며 지난해에는 한국을 비롯한 미국, 유럽 등의 쇼핑몰에서 에어펭귄 인형과 티셔츠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게임빌 관계자는 "다음달 모바일 메신저 '라인'에 '에어펭귄'을 새롭게 출시하고 연내에 후속작도 선보일 예정"이라며 "캐릭터사업이 본격화되면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고 수익성도 한층 다각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게임 '애니팡'으로 유명한 선데이토즈도 앞서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에 애니팡 브랜드숍을 열고 캐릭터 상품 판매에 돌입했다. 현재 판매되는 제품은 애니, 아리, 핑키 등 8종의 애니팡 캐릭터가 등장하는 케이크와 휴대폰 케이스, 스티커 등이다. 선데이토즈는 캐릭터 판매로 얻은 수익금 일부를 네팔 초등학교에 기증하는 한편 봉제인형, 완구, 도서, 의류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모바일 게임 '드래곤 플라이트'를 개발한 넥스트플로어는 선우엔터테인먼트와 업무협력을 체결하고 캐릭터시장에 뛰어들었다. 선우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009년 모바일 게임 '앵그리버드'의 캐릭터 상품을 국내에 정식 공급하는 업체로, 지금까지 150만개 이상의 캐릭터 인형을 판매했다. 넥스트플로어는 게임에 등장하는 용을 소재로 한 완구용품과 인형 등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캐릭터시장에서도 돌풍을 불어오겠다는 계획이다.

캐릭터 시장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면서 모바일 게임업체가 먼저 캐릭터 업체와 손을 잡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KTH의 게임 개발사 올스타모바일은 지난해 말 인기 캐릭터 '브라우니'의 판권을 보유한 타조와 업무협력을 체결하고 모바일 게임 '헬로 슈퍼마켓'에 브라우니 캐릭터를 선보였다. 와이디온라인도 브라우니가 등장하는 모바일 게임을 조만간 출시할 예정이다. 브라우니는 KBS의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에 등장하는 강아지 인형으로, 친숙한 이미지를 앞세워 대중적인 인기를 받고 있다.

게임 업계가 잇따라 캐릭터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게임 자체의 흥행과 맞물려 게임 못지 않게 게임 시장의 황금알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모바일 게임 앵그리버드로 세계적인 게임업체로 부상한 핀란드의 로비오는 지난해 매출 1조1,000억원 중 캐릭터 매출이 30%를 웃돈다. 로비오의 캐릭터 사업은 영화와 음악은 물론 식품, 액세서리, 문구, 완구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있다. 지난해에는 핀란드에 이어 영국과 중국에 테마파크까지 열었다.

이 때문에 국산 게임 캐릭터가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화 콘텐츠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체계적인 지원책 없이 개별 업체가 독자적으로 시장에 진출해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의류가 상대적으로 많이 팔리고 동양권은 인형, 완구 등을 선호하기 때문에 개별 시장을 고려한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 게임진흥 예산을 지난해보다 10.11% 삭감한 195억원으로 책정했고 주무기관인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게임, 음악, 캐릭터를 합쳐 모두 224억원의 예산을 배정하는 데 그쳤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라인, 카카오톡 등 국산 모바일 메신저가 글로벌시장에서 돌풍을 이어가면서 모바일 게임에 대한 인지도도 급격하게 올라가고 있다"며 "온라인 게임보다 수명이 짧은 모바일 게임의 특성을 감안하면 캐릭터산업을 육성함으로써 또 다른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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