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엉뚱한 피해… 과세 대상서 빼달라"

■ 일감몰아주기 첫 과세
1인당 평균 세액 400만원… '감당못할 부담' 여부엔 논란



단순 결과만 놓고 보면 부의 편법승계를 막기 위해 도입된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의 과세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011년 말 세법개정 당시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도입으로 인한 추가세수를 1,000억원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자진신고 규모는 1,859억원에 달했다. 미신고자에 대한 추징을 포함하면 증여세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내용. 자진신고의 대부분이 중소기업이 차지했다.

논란은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예상했던 결과"라며 과세 대상 제외를 재차 요구했다. 재벌의 편법 경영권 승계를 막기 위해 도입한 일감 몰아주기 과세가 엉뚱하게 중소기업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정기국회에서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둘러싼 논쟁이 한층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에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에서 중소기업을 배제하는 내용의 의원입법안이 다수 발의된 상황이다.

◇과세 대상에 중소기업 다수 포함=일감 몰아주기 과세 자신신고 내역을 보면 세부담의 대부분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세액 1,859억원 가운데 43%인 801억원이 대기업 주주, 41.7%인 776억원이 매출액 1,000억원 이상의 일반법인 주주에게 귀착됐다. 반면 중소기업 법인 주주의 납부세액은 282억원으로 전체의 15.2%에 머물렀다. 1인당 평균 세액도 대기업 주주가 5억2,000만원, 일반법인은 3,300만원인 반면 중소기업은 400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납부자 수는 중소기업이 압도적이었다. 대상 법인 6,089개 가운데 중소기업이 4,405개로 72%를 넘었다. 신고인원도 1만324명 가운데 7,838명으로 76%에 달했다.

중소기업이 일감 몰아주기 과세로 과연 많은 부담을 지게 된 것인지는 관점에 따라 판단이 다를 수는 있다. 과세 대상 법인과 신고인 수 기준으로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지만 납부세액이 1인당 평균 400만원에 불과해 과연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부담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해 12월 말 기준 중소기업 35만8,000개 가운데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를 신고한 법인은 4,405개로 1.2%에 불과했다. 중견기업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일반기업도 전체 8만8,000개 가운데 신고법인 수는 1.7%인 1,507개에 불과했다. 반면 대기업의 경우 42개 대기업집단 소속 법인 1,500여개 가운데 177개가 신고해 11.8%에 달했다.

◇과세 논란 다시 증폭될 듯=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중소ㆍ중견기업 주주들의 세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던 우려가 현실화됐다"며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에서 중소ㆍ중견기업을 제외해줄 것을 거듭 요청했다. 중기중앙회는 "이번 자진신고 결과를 보면 98.5%가 중소ㆍ중견기업 주주였다"고 강조했다. 여당인 새누리당 역시 정책 기조가 경제활성화 쪽으로 옮겨가면서 중소ㆍ중견기업을 과세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다르다. 전체 법인 가운데 과세 대상이 된 법인의 비중이 극히 일부분이고 부담 세액도 크지 않다는 것이다. 또 내년부터는 중소기업에 대한 과세요건이 지분율 3% 초과에서 5% 초과로, 내부거래 비중은 30% 초과에서 50% 초과로 완화돼 과세 대상이 줄어든다는 게 기획재정부의 설명이다.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내부거래 범위를 확대한 것도 세부담 경감요소다. 문창용 기재부 조세정책관은 "기업 규모에 따라 과세 여부를 달리하는 것은 조세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중소기업 주주의 부담을 감안해 세부담을 줄여줄 수는 있지만 과세 대상에서 아예 제외하는 것은 조세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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