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마다 모델 다양화·마케팅 차별화/대용량 제품 외산 시장잠식 위기감도무더위가 본격화되면서 가전업계의 냉장고 판촉열기도 달아오르고 있다. 삼성·LG·대우전자 등 가전 빅3는 전반적인 경기침체속에서 수요가 둔화되는 냉장고시장에서 판매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다양한 모델과 차별화된 마케팅전략으로 판매전쟁을 벌이고 있다. 가전업계가 불경기속에서도 여름 판촉전에 주력하는 것은 여름철 판매금액이 연간 시장의 30%이상을 차지하기 때문. 여름이 성수기인 음료시장과 인스턴트식품시장이 급속히 커지는 것도 냉장고 수요증가의 요인이 되고 있다. 냉장고 시장규모는 1백95만대·1조3천억원 규모. 내수경기의 침체로 판매대수는 지난해보다 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판매금액은 중대형용량의 판매비중이 높아지면서 한자리수의 소폭 성장은 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시장규모 1조3천억
판매대수가 감소하는 것은 가구당 보급율이 거의 1백%에 달할 정도로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데 따른 것.
내수시장은 대체수요와 신혼부부들의 신규수요가 대부분일 정도로 전반적인 침체기에 있다는 게 업계의 고민거리다. 가전업계는 불경기가 3·4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다양하며 차별화된 마케팅전략으로 불황터널 빠져나오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선보인 제품 가운데는 5백∼6백리터급의 대용량제품이 급부상하고 있다. 환경규제와 에너지 다소비제품 규제에 대응, 절전형과 환경보호형 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도 지난해와 구별되는 뚜렷한 특징이다.
업체들의 전략제품은 5백리터급 이상 대용량모델. 이는 지난해까지 4백∼5백리터급이 주류를 형성했으나 올들어 소득수준 향상 등으로 5백∼6백리터급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것에 대응하려는 포석이다.
고급·대용량시장에 가장 먼저 도전장을 낸 업체는 삼성전자. 이 회사는 「세계최정상」이라는 뜻을 가진 「지펠」브랜드를 선보였다. 이 브랜드를 내수는 물론 월드베스트형 수출전략상품으로 집중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은 지펠브랜드로 6백70리터급을 선보인 데 이어 연내로 6백∼7백리터급도 내놓아 소비자들의 선택폭을 넓히기로 했다.
최진호 가전본부장(전무)은 『지펠은 GE·월풀 등 전세계 유명 동급냉장고 보다 성능과 기능면에서 월등한 월드베스트 제품』이라며 『이를 세계최고의 브랜드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냉장실과 냉동실에 냉각기를 따로따로 설치한 독립만세 냉장고도 월드베스트제품이자 세계일류브랜드로 집중육성하기로 했다.
LG전자는 차별화된 신기능을 바탕으로 판매력을 극대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올해 내놓은 주력제품은 싱싱특급. 고객밀착마케팅으로 시장1위를 차지한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성에결함에 대한 리콜로 삼성에 빼앗긴 정상을 탈환하기위해 차별화된 마케팅에 힘쓰는 등 각오가 대단하다.
싱싱특급의 판촉을 위해 전국 주요지역을 돌며 제품설명회를 갖는 로드쇼 등 이색판촉으로 소비자를 파고드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LG는 싱싱특급을 수출 주력상품으로도 육성하기위해 지역별 특성에 맞는 제품을 개발, 판매하는데 노력하기로 했다. 공략대상은 중남미 중아프리카 동남아 중국 등으로 이들 지역에 「프레쉬 익스프레스」(싱싱특급의 수출용 펫네임)를 집중 판촉하기로 했다.
대우전자는 세계처음으로 에어커튼 기능을 채용한 「신선은행」 냉장고의 마케팅에 힘써 삼성·LG전자를 추격하고 있다. 신선은행은 기본성능인 냉장실과 냉동실의 정온화와 항상기술을 높인 제품. 대우는 에어커튼을 주력모델로 내수시장점유율 35%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냉장고 후불제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전국 순회제품설명회를 통해 제품우수성을 집중홍보하기로 했다. 또 정기적으로 소비자조사를 실시, 소비자들의 개선요구사항을 제품개발에 반영하는 요구사항 반영율을 향상시키기로 했다.
가전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펴고 있는 대용량제품의 시장규모는 전체시장의 11% 정도를 차지한다. 그렇지만 매출액에서는 20%인 2천억원을 형성하는 고부가가치 시장이다.
또 대용량제품은 소득수준의 향상으로 시장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세계일류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안방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외국제품과 싸워 승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대용량 경쟁을 펴고 있다.
수입제품은 대부분 대용량으로 판매가 매년 급신장하고 있다. 월풀과 GE 등 외국제품의 판매대수는 올해 지난해보다 59% 증가한 6만1천대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시장이 급성장하는 대용량시장을 고스란히 외국제품에 내줄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 업계의 폭넓게 퍼지고 있다.
○환경마크제 도입
환경친화형과 절전형 냉장고도 최근의 뚜렷한 특징. 국내외에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소비자들도 절전형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삼성 지펠의 경우 초절전 냉각시스템 채용으로 에너지효율 1등급을 획득했으며, 대체냉매채용으로 그린마크를 획득했다. 마케팅소구에서도 환경보호형 냉장고라는 점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LG전자와 대우전자도 이에 질세라 싱싱특급과 에어커튼냉장고가 에너지효율 1등급과 환경보호형 제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환경부는 올들어 환경마크제를 도입했다.
냉매와 발포제에 프레온가스를 사용하지 않고, 에너지 소비효율1등급인 제품에 한해 이같은 환경마크를 인증해주고 있다.
또 유럽 등 선진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대체냉매사용이 필수적이며, 전기소비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하는 것도 이같은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기본기능인 냉각 및 냉장성능을 향상시킨 점도 두드러진다. 삼성전자의 독립만세, LG전자의 싱싱특급, 대우전자의 에어커튼 등은 부가기능보다는 냉각속도와 신선도유지기능 등을 향상시킨 점이 공통이다. 수년전 김장독기능과 육각수 등 부가기능 경쟁에서 다시 기본기 싸움으로 돌아온 것이다.<이의춘 기자>
◎고정관념을 깨자/“왼쪽으로 문열도록·냉장실은 위쪽이 편리”/우리나라 등장 30년만에 ‘사고의 틀 부순다’
냉장고는 가정의 필수품이다.
주부는 물론 가정 구성원 모두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제품이다. 그렇다고 이 제품의 의미가 가정에 국한된다는 것은 아니다. 압축기에서 압축을 거쳐 방열기에서 응축된 뒤 팽창과 증발의 과정을 거치면서 냉각기능을 하는 냉장고는 자세히 보면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냉장고에 얽힌 고정관념을 통해 이 제품의 사회적 의미를 풀어보자.
냉장고는 고정관념에 얽매인 전형적인 제품이다. 냉장고 문은 오른쪽으로 열게 돼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 보면 냉장고 문을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으로 여는게 논리적으로 맞는다. 근거가 있다.
첫째, 오른쪽으로 열면 냉장고 내의 내용물은 왼손을 써야 한다. 그보다는 왼쪽으로 열고 오른손을 사용해서 물건을 꺼내거나 넣는게 여러면에서 편리할 것이다. 오른쪽 문열림으로 대부분의 주부들은 일단 오른손으로 문을 연뒤, 다시 오른손을 사용하고 있다.
두번째 냉장고는 거의 모든 가정에서 벽면에 위치한다. 이 경우 오른쪽으로 문을 여는 경우 그만큼 공간을 잡아먹고, 활동에 불편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왼쪽으로 문을 열게 만들어 놓는다면 이런 불편을 해소할 수 있다.
이에대해 가전업체 관계자들은 역사적 배경이나 근거는 없다고 말한다.
『앞서 개발한 미국이나 일본업체들이 모두 오른손으로 열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는게 대체적인 답변이다. 국내의 한 업체는 이런 발상에 과감히 도전한 바 있다. 한 모델에 오른쪽 개폐식과 왼쪽 개폐식을 함께 만들어 내놓은 것.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왼쪽으로 여는 제품은 얼마안돼 생산을 중단해야 했다. 『우리나라 주부들은 냉장고는 오른쪽으로 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이같은 형태에 대해 일각에서는 「왼손잡이에 대한 편견」이란 지적도 한다. 왼손잡이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왼손으로 문을 여는 것을 기피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냉장고의 냉동실은 왜 위에 있어야 하는가.
이것도 인간의 신체구조와 견주어 보면 불편하기 그지없는 왜곡된 형태다. 우리의 식생활에서 냉동실과 냉장실 가운데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은 냉장실이다. 그런데 냉장실을 사용하는 주부들은 그때마다 허리를 굽혀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그것도 벽면과 오른쪽으로 열린 문틈새에 끼어서. 이렇게 보면 냉장고는 주부들을 편리하게 만드는 기계가 아니라 허리를 약하게 하고, 가슴을 답답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냉동실이 위에 있어야 하는 이유는 과학적으로는 분명하다. 냉동실에 냉각기를 설치해 놓은 상태에서 찬공기는 아래로, 더운공기는 위로 가는 자연적인 공기의 순환원리에서 보면 너무 당연하다는 것.
이런 고정관념을 깨는데는 지구상에 지금과 같은 형태의 냉장고가 등장한지(1918년) 근 80년, 국내에 등장한지 30년만의 일이다. 삼성전자가 냉동실과 냉동실에 냉각기를 하나씩 설치해서 성능을 향상시키는 한편 냉동실과 냉장실의 위치를 뒤바꾸는 제품을 내놓은 것. 삼성은 냉동실과 냉장실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데 연간 수십억원의 광고비를 투입하고 있다.
6백리터 이상의 초대형 냉장고는 미국의 GE나 월플이 국내시장을 잡고 있다. 국내제품은 외제보다 여러면에서 앞선다. 그러면서도 제조업체를 표시하지 못하고 있다. 「초대형=미제」의 인식이 워낙 강하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는 강조하되 제조업체는 표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고정관념을 깨는 것은 혁명이다.』 냉장고의 사회학적 의미다.<박원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