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말정산과 관련해 직장인 납세자가 연초에 예상 공제 항목과 규모를 직접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또 현재 월급여액과 공제대상가족의 수로만 구성된 간이세액표도 기존 항목에 교육비와 의료비 등 특별공제 항목까지 추가해 세분화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납세자가 직접 공제 항목 및 규모를 입력하고 간이세액표가 세분화되면, 직접 원천징수 규모를 결정하게 돼 많이 떼고 많이 환급받을지, 적게 떼고 적게 돌려받을 지 환급규모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28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런 방향으로 납세자가 직접 원천징수액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청와대 안종범 경제수석도 “근로자가 원천징수액을 스스로 선택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구체적이지 않지만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에 기재부가 구체적인 실행 방안 찾기에 나선 것이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납세자가 예상 연말정산 환급규모를 결정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예상 공제항목 및 규모나 간이세액표 세분화에 들어갈 구체적인 공제 항목들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기획재정부는 직장인들이 연초에 공제 항목과 규모를 입력할 별도의 서비스를 만들지, 원천세액징수자인 회사의 연말정산 시스템을 활용할 지 등을 검토 중이나 현실적으로 회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별도 서비스를 만드는 방안이 유력하다.
기획재정부의 검토안에 따르면 직장인이 전년 공제 기록이나 목표 등을 고려해 공제 항목 및 규모를 입력하고, 세분화된 간이세액표에도 공제 항목을 추가하면 원천징수액이 결정된다.
기존 간이세액표는 근로소득공제와 공제대상 가족수만 반영돼 있으나, 정부는 교육비와 의료비, 연금보험 등 특별공제와 연금보험 등의 항목을 추가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정부의 이런 방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납세자에게 선택권을 준다는 의견과 납세자들이 원천징수액을 적게 입력해 ‘13월의 세금 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부정적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상엽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세법연구센터장은 “납세자에게 선택권을 준다는 측면에서 좋을 수 있다”면서 “근로자가 자신의 상황에 맞게 원천징수액을 정해놓고 나중에 환급받을 돈을 미리 소비하거나 저축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성명재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결정세액이 달라지지 않는 조삼모사식 방안으로, 근로자들이 원천징수액이 적게 나오도록 기입할 경우가 많을텐데 13월에 토해내는 세금이 상당할 수 있다”면서 “국가 재정운영도 예측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정부가 보유한 정보를 바탕으로 연말정산 신고서 초안을 작성한 뒤 납세자가 기부금 등 일부 정보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개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는 지난해 9월 정부 3.0. 추진위원회가 제안한 방식으로 아직 실무적으로 논의가 진척되지 않았으나, 이번 연말정산 파동을 계기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방식은 연말정산 간소화, 납세비용 절감 등의 효과가 있지만, 정부가 수집된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남용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납세자 입장에서 편리한 측면이 많지만, 개인정보보호 측면 등에서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연말정산에서 5,500만원 미만 근로자의 세부담이 늘지 않는 방안을 찾고 있지만, 제도 변화에 따른 세부담 증가의 경우에만 환급해주는 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다.
전년과 소득이 같더라도 공제 항목과 규모가 달라지는 개인적 사정에 대해서는 환급을 해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