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금융시장 트리플 위기

주가 폭락ㆍ채권수익률 상승ㆍ환율 불안정닛케이지수가 16년래 최저치로 내려 앉고 10년 만기 채권수익률도 가파르게 상승(채권가격 하락)하는 등 일본 금융시장의 불안이 급속 확산되고 있다. 또 엔화는 일본 경제의 허약함을 반영, 널뛰기 양상을 보이는 등 여전히 취약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한마디로 일본 금융시장이 트리플 위기에 처한 셈이다. 일본 정부는 이 같은 위기 확산 방지를 위해 조만간 경제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책 당국자조차 문제 해결을 위한 방향을 잡지 못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개혁도 중대 기로에 설 것으로 보인다. ◇주가ㆍ채권ㆍ환율 모두 흔들 도쿄 주식시장은 전일 닛케이지수가 1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치면서 심리적 패닉 상태에 빠져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은 24일 ▦IT산업을 축으로 하는 세계적인 경기 악화 ▦은행의 경영개선 지연 ▦경제구조 개혁의 지지부진 등을 주가폭락의 원인으로 지목, 상황이 쉽사리 반전되기는 어려울 것임을 시사했다. 특히 시오카와 마사주로(鹽川正十郞) 재무장관이 시장경제 원칙을 깨고 일본증권업협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첨단기술주의 가격이 적절히 형성되도록 증시부양 압력을 가했음에도 시장은 이를 외면, 사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채권시장도 적신호를 켜고 있다. 지난 7월 초 1.25%에 머물던 일본의 10년 만기 채권수익률은 최근 1.40%에 육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낮은 상태에서 주가가 하락하면 돈은 안정적인 수익을 찾아 채권시장에 몰리게 마련인데 최근 일본의 채권시장은 경제 교과서와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는 일본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채권 발행을 늘릴 가능성이 커 시장에 대한 물량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엔화도 일본 금융시장엔 지속적인 불씨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 금융당국은 구두 발언을 활용한 시장개입을 통해 엔화 환율의 안정화를 꾀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달러화까지 변동 폭이 커지는 등 외환시장 자체가 불안정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고이즈미 개혁 중대 기로 직면 일본의 주가폭락과 관련, 고이즈미 총리는 "그날 그날의 주가 변동에 일희일비할 것이 못 된다"며 시장동향에 개의치 않겠다는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면에서는 시오카와 재무장관, 후쿠다 미치오(福田康夫) 관방장관 등과 머리를 맞댄 채 주가동향을 체크하는 등 위기 극복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는 게 일본 언론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고민은 뾰족한 대안이 없다 것. 실제 시오카와 재무장관은 "종합적으로 무엇인가 대책을 생각하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며 오는 29일 참의원 선거 전후로 종합적인 경제대책을 강구할 뜻을 밝혔지만 "무엇이 좋을지 몰라 다양한 사람의 의견을 듣겠다"고 언급, 현재로선 확실한 대책이 없음을 시인했다. 이처럼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되면서 취임 직후 85%까지 치솟던 고이즈미 총리의 지지율도 최근 69%로 16%포인트나 낮아졌다. 이 같은 인기 하락은 곧 고이즈미 개혁에 대한 신뢰 악화를 의미하며, 특히 개혁 추진력 상실로 연결돼 고이즈미 개혁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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