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장 청문회와 전 차장 구속

국회 재경위원회가 이용섭 국세청장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한 20일 검찰은 미국에서 압송된 이른바 `세풍사건`의 주역인 이석희 전 국세청차장을 구속했다. 이 두 사건은 국세청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한꺼번에 비추는 거울이다. 국회의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 박병윤 의원이 적절히 지적했듯이 이 전차장의 구속은 국세청의 치욕이자, 국가의 치욕이다. 국세공무원이 특정정당의 정치자금 모금에 가담한 것은 후진국형 범죄행위이기 때문이다. 국세청의 수치는 현재도 진행중이다. 이석희씨는 송환됐지만 김대중 정부에서 국세청장을 지내다 해외로 도피한 안정남씨의 행방은 아직도 묘연하다. 조사권행사가 적정했는지에 대해 논란이 되고 있는 언론사 세무조사의 주역이었던 안씨는 개인적으로도 재산형성과정에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석희 안정남씨 사건 말고도 국세청의 징세권 발동은 종종 공정성 시비를 불러 일으켰다. 국민 보다는 정권을 위해 봉사한다는 지탄을 받기도 했다. 이런 사건의 재발을 막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국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이용섭후보는 `공정하고 투명한 세정운영`을 되풀이 다짐했다. 이 청장후보는 “앞으로는 절대 무리한 세정집행을 통해 세수를 뒷받침하지 않겠으며, 특히 경제가 어려우므로 불필요한 세무조사는 유예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공정한 과세와 투명한 세정운영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받는 국세청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며 “권력기관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 국민에게 서비스하는 국세청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원칙과 현실감각의 균형이 엿보이는 자세다. 이 같은 다짐을 실천함에 있어 중요한 것은 임면권자인 대통령의 의지 못지않게 국세청장의 의지다. 이와 관련, 노무현 대통령은 권력기관의 국민봉사기관으로의 재탄생을 강조하면서 국세청장을 `고달프고 별볼일 없는 자리`로 만들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정권을 위해 징세권을 선별적으로 행사하던 관행을 버리겠다는 의지다. 이청장 후보도 국세청의 권력으로부터의 독립문제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에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매우 믿음이 가는 자세다. 부당한 것이면 대통령의 요구도 거부할 수 있어야 국세청이 바로 선다. 아울러 이날 청문회가 이전의 경찰청장 청문회와 마찬가지로 후보자 개인비리 보다 정책비전과 정책운용능력을 검증하는 정책청문회의 모습을 보인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대통령이 공직인선에 신중을 기함으로써 국회운영에도 도움을 주는 정치의 선순환이 바로 이런 것이다. 검찰총장과 아직 인선이 안된 국정원장의 인사청문회에서도 이 같은 선순환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우승호기자 derrid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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