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원칙서 '직접 통제' 선회 ■ 공공기관 지배구조 혁신방안 마련'방만경영 바로잡기' 명분…예산처 '컨트롤타워' 역할 현상경기자 hsk@sed.co.kr 공룡 공기업들에 대해 민영화를 하겠다던 정부가 방만함을 바로잡겠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갑작스럽게 '직접 통제'로 돌아섰다. 예산권을 손에 쥔 기획예산처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직접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인사권 등 핵심 권한이 주무부처에 편중되면서 낙하산 인사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것을 수술의 이유로 내세웠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 줄곧 내세워온 민영화 원칙을 한순간에 손바닥 뒤집듯 바꿔버렸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재정경제원 당시 일개 '실(室)'에 불과했던 기획처가 단숨에 '공룡 예산처'로 탈바꿈하게 된 셈이다. ◇공기업 '4+4' 체계로 재분류=공기업은 지금까지 정부 지분율이 50% 이상이냐, 최대주주냐에 따라 정부투자기관(14개)과 산하기관(87개)으로 나뉘었다. 나머지(213개)는 재출자ㆍ출연 등 각각의 성격에 따라 개별법을 적용받았다. 이번 개편방안에서는 314개 공기업의 분류체계를 지분율(4분류)과 정부의 관리방법(4분류)에 따라 통째로 바꿨다. 이른바 '4+4 체제'가 동원됐다. 우선 지분율에 따라 ▦출자기관 31개(정부 지분율 최대) ▦출연기관 113개(정부출연 법적 근거가 있는 기관) ▦97개 보조ㆍ위탁기관(정부지원이 총수입의 50% 이상) ▦73개 자회사ㆍ재출연기관 (출자ㆍ출연기관 등이 최대지분 소유) 등 4개 카테고리로 나눴다. 정부는 이 가운데 1차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할 94개 기관을 별도로 골라 역시 네 가지 형태로 분류했다. 순수 기업의 성격을 띠고 있을 경우 '국가 공기업(27개)'으로 분류한 후 이 가운데 자체 수입비중이 90% 이상이고 자산규모가 2조원 이상인 곳은 ' 시장형(4개)'으로, 나머지 23개는 '준시장형'으로 이름 붙였다. 국가공기업을 제외한 기타, 즉 정부를 대신해 국가사업을 추진하는 곳은 '준정부기관(67개)'으로 나눴다. 이들은 다시 국민연금 등 기금재원을 관리하는 기관(14개)의 경우 '기금관리형'으로, 나머지는 '위탁집행형(53개)'으로 분류됐다. ◇분류방법에 따라 통제 체계 구분=나눠진 체계에 따라 통제방식도 모두 바뀌었다. 우선 앞으로는 314개 기업 모두가 새롭게 만들어지는 '공공기관 포털 사이트'에 의무적으로 공시를 해야 한다. 공기업에도 상장사 수준의 투명경영을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정부 지분율이 50% 이상이거나 정부가 최대주주인 101개 기업만 자체 홈페이지에 스스로 하고 싶은 항목만 보여줬다. 314개 가운데 정원이 100명을 넘는 곳은 외부에 새롭게 만들어지는 운영위원회로부터 경영평가를 받는다. 언론ㆍ금융기관을 제외한 187개 기업이 대상이다. 이들 기업은 평가 결과에 따라 임원 임면이나 성과급 수준 등이 결정된다. 일부 공기업들이 자체적으로 경영평가를 하면서 성과급을 마음대로 올리고 외부감사의 견제 등을 제대로 받지 못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특히 187개 가운데 새로 편성된 국가공기업(27개)과 준정부기관(67개) 등 94개의 경우 모든 경영감독과 경영진 인사권 등 핵심 권한은 주무부처에서 기획처 통제에 있는 '국가공기업운영위원회' 및 '준정부기관 운영위원회'로 넘어간다. 각 운영위는 공기업 사장 제청과 이사ㆍ감사의 임면, 비상임이사ㆍ감사 등 임원평가, 경영목표의 설정 등을 주관한다. 경영공시제도를 운영하고 자회사를 설치할 때 타당성도 검증받게 된다. 각 운영위의 위원장을 모두 기획처 장관이 맡게 된 만큼 기획처 장관이 공기업을 휘두를 칼자루를 쥐게 된 셈이다. ◇산업은행 등 대상에서 빠져=개편방안에서는 기대를 모았던 산업은행 등 일부 금융기관이나 KBS 등 언론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의 수준은 대폭 낮아졌다. 이창호 공공혁신본부장은 "한국은행ㆍKBS와 같은 금융기관이나 언론기관은 독립성이 필요한 기관인 만큼 이번 방안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산업은행 등 일부 기관은 공공기관으로서의 역할이 제 수명을 다했다는 평가와 함께 임원인사, 성과급 관리 등에서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상당수 제기된 바 있다. 이들 기관이 지난 80년대 말까지 정부투자기관 수준의 관리감독을 받아온 점을 감안한다면 개혁의 칼날에서 비켜간 셈이다. 기획처는 "이번 대상에서는 제외되지만 앞으로 심층검토를 거쳐 내년 중 새로운 개선방안 등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입력시간 : 2005/11/30 1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