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 두달째 하락·신규투자도 증가세로9ㆍ11 테러후 6개월이 지나 미 경제가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경제 회복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고용시장이 급속하게 안정되고, 제조업 경기도 빠르게 살아나고 있다. 게다가 미 상하 양원은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시점에 경기부양책을 통과시켜 일각에서는 경기 과열을 우려하는 정도다.
침체가 완만하게 진행됐기 때문에 '완만한 회복'이 이뤄질 것이라는 종전의 견해는 적어도 지표상으로는 오류로 입증되고, 경제전문가들은 완만한 침체 후 '급격한 회복'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을 수정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월가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몇차례에 걸쳐 성장전망치를 상향조정, 최근엔 1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4%로 예상하고 있다.
공식 경기진단기관인 전미경제조사국(NBER)이 아직 경기침체 종식을 선언하지 않았다. 하지만 뉴욕 월가와 미국 언론들은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지난 7일 상원에서 "경기가 회복중"이라고 한 발언을 공식 용어로 선택하고 있다.
◇제조업에 이어 노동시장도 회복= 지금까지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 경제 회복의 걸림돌로 노동시장과 제조업의 투자위축을 꼽았었다. 그러나 최근에 발표된 노동통계와 제조업 지수들이 일제히 경기 팽창기의 수치를 보여주었다.
지난 2월 미국의 실업률은 5.5%로 지난해 12월의 5.8%를 고비로 두달째 하락했고, 2월에는 6만6,000개의 일자리가 늘어났다. 과거 경기사이클에서 회복후 6개월까지 실업률이 늘어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테러 직후에 기업들이 대량으로 실업자를 쏟아냈기 때문에 노동시장의 구조조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의 신규투자도 눈에 두드러지고 있다. 판매 부진을 겪고 있던 포드자동차가 제너럴 모터스(GM)에 이어 이달들어 북미지역 생산을 4% 확대한다고 밝혔으며, 가전회사인 월풀은 올해 판매액이 지난해보다 10%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재고 소진이 빠르게 진행됐기 때문에 사이클상 나타나는 투자회복에 가세해 올들어 소비가 활기를 띠면서 기업 부문의 신규투자와 매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공급관리연구소(ISM)가 최근 발표한 제조업 지수가 19개월만에 처음으로 경기팽창시의 지수(50이상)를 보여준 것도 이를 뒷바침하고 있다.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 이번 경기침체는 미국 GDP의 3분의2를 차지하는 소비가 손상당하지 않은 상태에서, GDP의 17%에 해당하는 제조업 영역에서만 급격한 조정을 거쳤기 때문에 일부 분야의 거품이 예고되고 있다.
미국은 경기를 부양하는 과정에서 단기금리를 1% 대로 인하, 소비 확대를 유도하고, 세금환급에 이어 테러 이후 400억 달러의 정부 자금을 쏟아부었다. 따라서 엄청난 유동성이 시중에 흘러나와 있는 상태에서 선거를 앞두고 공화-민주 양당은 올해도 GDP의 1%에 해당하는 재정 확대조치를 승인했다.
주택 시장이 지난해에 이어 연초부터 달아오르고, 뉴욕 증시의 거품이 빠지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회복을 맞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국제유가가 상승조짐을 보이면서 인플레이션 조짐이 나타날 때 FRB가 조만간 금융완화정책을 바꾸어 긴축 정책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뉴욕=김인영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