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수출은 우리 경제의 버팀목임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소비심리가 냉랭하지만 수출전선은 이상 무였다. 전 국민이 세월호 참사 트라우마에 빠져 있음에도 지난 4월 수출액은 사상 두번째로 500억달러를 넘었다. 무역수지도 44억6,2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해 2012년 2월 이후 27개월째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다만 5월에는 연휴로 인한 조업일수 단축과 원화 강세의 영향을 받아 수출증가율은 다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4월 수출이 503억1,500만달러, 수입이 458억5,2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각각 9.0%, 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0월 504억8,000만달러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많은 월간 수출액이다. 일평균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0% 증가한 21억달러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올 들어 4월까지의 누적 무역흑자는 103억1,300만달러로 100억달러를 넘어섰다.
지난달 미국과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에 대한 수출증가세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됐다. 품목별로 선박(22.7%)과 자동차(18.9%), 석유제품(17.2%), 철강(16.8%), 무선통신기기(14.4%), 반도체(12.3%) 등이 수출전선을 이끌었다. 무엇보다 선박 수출효과가 컸다. 그린십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특수선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대당 5억달러에 이르는 드릴십 3척이 인도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자동차는 현대자동차가 제네시스를, 기아자동차가 쏘울 신차를 내놓으며 수출 증가를 주도했고 석유제품은 지난해 4월 실적부진에 따른 기저효과와 유가 상승에 따라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무선통신기기와 반도체는 삼성전자의 4월 초 스마트폰 갤럭시S5의 글로벌 출시에 힘을 입어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지역별로 대미 수출증가율은 19.3%로 무선통신기기(54.6%)와 자동차(26.1%), 가전(25.7%)이 수출을 이끌었다. 대아세안 수출은 17.0% 늘었고 대일본 수출은 무선통신기기와 자동차 부품을 중심으로 12.2% 증가해 3월(1.0%)에 이어 두 달 연속 증가했다. 대중국 수출은 2.4%로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3월(4.4%)보다는 다소 둔화됐다. 반면 중남미는 무려 27.3%나 줄었고 유럽연합(EU)은 3.2% 감소했다.
권평오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미국의 경기회복으로 대미 수출이 급증했다"며 "5월 초 연휴에 따른 수출기업의 조기 통관과 지난해 4월 수출 부진도 영향을 미쳤다. 앞으로 원화 절상에 따른 수출기업 영향을 면밀히 점검해 선제적으로 대응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원화 절상에 의한 수출 채산성이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당국은 긴장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상품 수출액은 원화 기준으로 687조8,000억원에 그쳐 전년보다 2조9,000억원 줄었기 때문이다.
한편 산업부는 5월 수출은 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 등으로 4월보다는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