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득주도 성장보다 규제 완화가 먼저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실질 경제성장률이 3.3%에 달했으나 근로자의 실질임금 상승률은 그 절반에도 크게 못 미치는 1%대 초반에 그쳤다. 1일 고용노동부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1인당 실질임금은 월 평균 292만6,000원으로 1.3% 올라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고용의 내용이 나쁜 탓이 가장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 생긴 일자리 53만3,000개 중 82.4%에 해당하는 43만9,000개가 임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50세 이상 연령층에게 돌아갔을 뿐 아니라 임시직 고용도 14만명 늘어 3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소득 없는 성장·고용' 구조가 이대로 굳어지고 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경제성장률을 밑도는 임금 상승률이 내수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우려와 더불어 '소득주도 성장론'을 외치는 목소리도 높다. 근로자들의 임금을 올려 가계소득 증가와 소비 증가, 내수 활성화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주장이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은 국민의 지갑을 두툼하게 해주는 경제를 통해 임금 노동자의 소득을 늘리겠다면서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축소, 정규직 고용 확대 등을 강하게 밀어붙일 태세다.

임금을 높임으로써 가계소득을 늘려 경제를 살릴 수 있다니, 논리는 그럴듯하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하고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대기업에 임금인상을 독촉하는 등 해외 기류를 보더라도 명분을 갖춘 주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수출주도형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에 맞는 방향인지 의문이다. 싫든 좋든 지금의 한국 경제는 우리 물건을 외국에 많이 팔아야 일자리도 생기고 소득도 늘어나는 구조다. 인건비 상승은 수출기업의 경쟁력 악화로 이어져 투자와 일자리 위축을 자초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소득주도 성장론에 아무리 논리와 명분이 있더라도 당면한 현실이 더 중요하다. 지금 시급한 일은 인위적 임금인상보다 규제의 완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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