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기업 소액주주들이 최고경영자(CEO)의 지나친 고임금에 잇따라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요구르트 기업인 다농 주주의 47%가 프랑크 리부 회장의 보수안에 대해 고임금이라며 반대 투표를 행사했고 자동차 회사인 르노닛산의 카를로스 곤 회장에게는 42%가 반대했다. 빈치·베올리아·슈나이더전기 등에서도 3분의1 이상의 주주가 임원 보수안에 반대했다. 프랑스 주주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3년 전 영국 등에서 주주들이 경영진의 과도한 급여인상에 반대한 이른바 '주주의 봄'과 맥을 같이 한다. 당시 영국에서는 주주들이 들고 일어나 아비바·트리니티미러·아스트라제네카 등의 CEO를 내쫓았으며 스위스 UBS, 미국 씨티그룹 등에서도 주주들의 불만이 폭발한 바 있다.
최근 우리 정부가 높은 보수를 받는 CEO들의 임금인상 자제를 권유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이런 추세는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기업에서 CEO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CEO 한 사람이 만년적자에 허덕이던 기업을 흑자기조로 돌려놓는 경우도 많다. 그렇게 막중한 역할을 하는 CEO의 임금을 국민정서법에 비춰 정할 수는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 다만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얘기했듯이 '기업이 한쪽에서는 근로자에게 경영환경이 나쁘다며 희망퇴직 신청을 받으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퇴직하는 CEO에게 수십억원을 급여로 지급하는 식'은 곤란하다.
CEO의 임금은 경영실적에 맞춰 정하는 게 맞다. 실적이 좋으면 올리고 나쁘면 깎으면 된다. 경제개혁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지난 2년간 CEO 보수 증가율 상위 30명 가운데 회사 실적이 나아진 사람은 6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24명은 경영성과가 나쁜데도 연봉은 올랐다. 경영실적 악화에도 CEO 연봉 인상이 반복되면 사내외를 막론하고 설득력을 잃게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