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현대차 배당 2배 늘리면 주가 40%↑

메리츠종금 분석 결과
배당률 경쟁사와 맞출 땐 디스카운트 요인 해소
코스피까지 상승 모멘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한국 경제를 이끄는 쌍두마차다.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 기준으로 두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5.54%(22일 기준)에 달한다. 두 기업의 주가 향방에 따라 코스피지수가 춤을 출 정도다.

두 기업이 글로벌 시장과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할 때 주가는 저평가돼 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 경영실적은 뛰어나지만 글로벌 경쟁사와 견줘볼 때 주주에게 돌아가는 몫인 배당에는 인색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배당수익률은 각각 1.0%, 0.8%로 미국·일본·독일 등 경쟁사에 비해 1~2% 포인트가량 낮다. 전문가들은 두 기업이 곳간에 쌓여 있는 돈으로 배당수익률을 2배 늘리면 디스카운트된 현 주가가 최대 40%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장기간 박스권에 놓여 있는 코스피까지 상승 모멘텀을 얻을 수 있다.

23일 서울경제신문이 메리츠종금증권에 의뢰해 DDM(Dividend Discount Model·배당할인모형)을 통해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배당률과 주가 변동 간 관계를 분석한 결과 배당수익률(이하 배당률)을 1%포인트 올리면 주가는 최대 40%까지 오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률은 1주당 배당금을 현재 주가로 나눈 값으로 배당률이 0.50%라는 것은 1만원짜리 주식을 산 주주가 배당으로 한 해 50원을 벌었다는 의미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의 배당률은 1.0%다. 22일 기준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204조5,000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배당률을 지금보다 1.0% 포인트 더 올릴 경우 약 2조원의 자금이 추가로 소요된다. 하지만 배당률 상승에 따라 지난해 말 기준 6.9배였던 주가수익비율(PER)은 9.7배로 약 40%까지 상승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주가에 그대로 적용하면 140만원대를 돌파하지 못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이 200만원선까지 오른다. 지금까지 삼성전자의 최고가는 지난해 1월4일 기록한 158만4,000원이다.

현대차 역시 동일한 모델을 적용할 경우 주가가 현재보다 최대 40%까지 오를 수 있다. 배당률 1%포인트 인상으로 현재 24만5,000원인 주가가 34만3,000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

현대차의 지난 22일 기준 시가총액 규모는 약 54조원으로 배당률을 두 배로 올리는 데 드는 돈은 약 4,300억원이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센터장은 "삼성전자나 현대차가 해외에서 경쟁하는 글로벌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식시장에서 저평가되는 이유 중 하나가 주주가치 극대화에 소홀한 점"이라면서 "배당률이나 배당성향을 조금만 높이면 기업가치 디스카운트 요인이 해소되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해가 지날수록 사내 유보금은 쌓이고 있지만 해외 경쟁사에 비해 주주 배당금 지급에 인색하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의 배당률은 1.0%로 경쟁사인 애플(2.4%), 인텔(3.5%), 도시바(1.7%)에 크게 뒤처지고 있다. 배당성향도 7.2%로 가장 낮았다. 같은 기간 현대차의 배당률은 0.8%로 BMW(3.1%), 혼다(2.1%), 닛산(2.8%)보다 작았다. 배당성향은 6.2%로 폭스바겐(20.6%), 도요타(76.7%)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은성민 센터장은 "국내 기업들이 지주사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많은 돈이 들기 때문에 주주 배당보다는 현금을 많이 보유하려는 경향이 짙다"면서 "지주사 전환이 마무리되면 배당률 인상과 같은 주주가치 극대화 노력도 점차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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