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가 바닥 모를 `추락`을 거듭, 앞으로의 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주말 달러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이라크전 강행 의지 발언으로 유로화 대비 4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미 미국과 영국은 이라크에 17일이라는 `데드라인`까지 명시한 수정 결의안을 제출, 이번 주에도 달러 가치 하락세는 이어질 공산이 크다.
현재로서는 미국과 영국의 수정 결의안을 안보리 이사국들이 승인할 가능성이 희박해 미국이 독자공격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점이 외환 트레이더들 사이에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이 막대한 전비 부담을 고스란히 책임져야 하는데다 전세계 각국의 반전 여론으로 미국의 이미지마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
게다가 지난 주말 발표된 미국의 경제지표 역시 과거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투자 대상중 하나로 꼽히던 `달러`의 명성에 흠집을 내기에 충분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한달 동안 30만8,0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밝혀 미국의 암울한 경기 상황을 짐작케 했다.
전문가들은 이라크전과 실업률 상승이 앞으로 미국의 소비를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또 다시 달러 약세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 퍼시픽 매니지먼트의 외환거래 중개인 수디쉬 마리아파는 “달러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약세를 지속할 전망”이라며 “특히 실업률 상승은 가뜩이나 안 좋은 시장 상황에 또 하나의 짐을 얹은 격”이라고 말했다.
지난 주말 달러는 뉴욕시장에서 유로 당 1.1011을 기록했다. 달러 가치는 지난 한 주 동안만 1.9% 하락했다. 이는 지난 9.11테러 이후 주간 기준 최대 하락 폭이다. 달러는 1년 기준으로 20%나 떨어진 상태다.
이라크 전 임박 소식에 원유 시장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라크 독자 공격도 불사하겠다는 부시 대통령의 발언이 있은 지난 주말 원유가는 12년래 최고치인 배럴당 37.78달러를 기록했다.
원유 시장 관계자들 역시 이제는 전쟁이 개전 단계만 남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에너지 거래 전문회사 얼라론 트레이딩의 수석 드레이더 필 플린은 “전쟁이 1주일 안에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쟁이 발발할 경우 원유가 움직임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회동(11일 예정)역시 관심이 쏠리는 부분. 전쟁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진 OPEC은 이번 회의에서 현재 하루 400만 배럴에 이르는 초과 생산능력 활용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윤혜경기자 ligh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