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새로운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다.중국 정부가 내수를 살리기 위해 강력한 증시부양책을 추진하면서 은행에서 잠자던 돈이 증시로 몰려들고 있지만 이 돈이 증시에만 머물 뿐 내수시장에는 전혀 유입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증시 버블(거품)에 대한 우려감이 확산돼 증시에서 자금을 빼내려는 역효과의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증시 부양을 통한 내수 살리기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데다 증시마저도 예상치 못한 거품붕괴의 부작용에 직면하고 있다.
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은 이와 관련, 6일 『중국 정부의 주가 떠받치기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중국 증시의 폭발장세는 버블에 대한 우려감을 낳기 시작했으며, 오는 8월1일 「사회주의 중국 건국 50주년 기념일」을 전후해 증시가 폭락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다양한 방법을 동원, 증시부양책을 추진해 왔다. 얼어붙은 내수를 진작시키기 위한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대대적인 국채발행 및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내수 진작을 도모했지만 여의치 않자 증시부양을 통한 내수 살리기로 방향을 틀었다.
주가가 치솟고 자산가치가 높아지면 사람들이 부자가 됐다고 느끼게 되고, 이렇게 되면 소비 확대와 경제성장률 증가로 이어질 것이란 게 중국 당국자들의 판단이었다. 일종의 「부의 효과(WEALTH EFFECT)」에 대한 기대였다.
미국의 경우 증시활황으로 강력한 소비확대가 계속되고 있고, 내수 증대는 경제성장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 중국이 증시부양책을 추진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증시부양책은 증시를 활성화하는데는 성공했지만 내수 진작에는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上海)와 선전(深 ) 증시는 최근 증가세가 다소 주춤해졌지만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폭발장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에서 빠져나올줄 모르던 돈도 증시로 몰리면서 거래액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5월 19일 이후 현재까지 외국인 전용의 B주식 주가는 상하이·선전 증시에서 50%나 급등했다. 내국인용인 A주식 주가도 30% 이상 크게 올랐다.
하지만 증시에 몰려드는 돈이 증시에만 머물 뿐 내수시장으로 빠져나오질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소비는 꿈쩍도 하지 않고있다. 오히려 버블에 대한 우려로 증시에서 돈을 빼 다시 은행에 묻어두려는 경향까지 나타나고 있다.
저널은 이와관련, 『재정지출 확대와 증시부양을 통한 중국의 내수 살리기 정책이 위기를 맞으면서 또다른 정책이 필요하게 됐다』며 『내수가 살아나지 않을 경우 1·4분기 8.3%, 2·4분기 7.7%로 예상되는 경제성장률이 하반기에는 6%대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용택 기자 YT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