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해산' 선고] 진보정당 허용범위 첫 규정… "이념 아닌 국가존립 차원 접근"

■ 어떤 의미 담았나
정당설립 자유 인정하지만 "책임도 중요" 메시지 전달
"정치이념 사법잣대로 판단"… 일부선 반론 제기하기도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과 소속 국회의원 의원직 박탈 판결을 내린 19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통합진보당 당사에서 취재진이 굳게 닫힌 사무실을 취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의 19일 결정은 우리 사회에서 수용가능한 진보의 범위와 성격, 활동 범위를 규정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즉 헌재가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한 것은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대한민국 국체(國體)가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종하는 종북(從北) 정당의 설립 자유보다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단호하고 결연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북한 주체사상에 동조하거나 국가전복을 꾀하거나 종북 활동을 전개하는 '막가파식' 종북 정당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묻는 것은 물론 '무관용(No Tolerance)' 원칙으로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결국 통진당 해체는 보수 대 진보, 우파 대 좌파 등 이념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되며 국가 존립 차원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체 거부하는 종북 정당 불관용=우리나라 헌법(1조1항) 첫 문장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로 시작된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정당활동의 자유라는 보호막에 숨어 대한민국 국체 자체를 뒤흔드는 정당의 설립이나 존재·활동은 결코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헌재가 결정문에서 "통진당이 폭력에 의해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북한식 사회민주주의를 실현하려 했다"며 "이는 목적상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밝힌 것은 이 같은 시대정신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국체를 거부하는 정당은 헌법질서를 훼손하고 자유민주주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는 만큼 존재 이유를 상실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통진당 해체는 보수·진보 등 이념이나 정파의 문제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수호라는 국체의 문제"라면서 "통진당 해체를 두고 진보탄압이라고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 통진당과 같은 종북 정당을 용인하고 그들의 활동을 인정해줄 경우 무분별한 종북 세력의 준동으로 대한민국의 근간이 붕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배어 있다는 설명이다.

◇진보정당의 성격과 범위 규정=헌재의 이번 결정은 진보정당·진보세력의 성격과 활동범위를 규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정당 설립과 활동에 사실상 무제한의 정치적 자유를 인정했지만 앞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저해하는 정당 활동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제약을 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헌재가 판결문에서 "북한과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 상황에 비춰볼 때 통진당의 위협이 추상적 위험에 그친다고 볼 수 없고 실질적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앞으로 정당의 설립 자유를 인정한 헌법 제8조1항은 철저하게 보장하겠지만 정당의 책임을 강조한 8조4항을 포괄적으로 적용하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8조4항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헌재 결정은 정당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정당의 '책임'이라는 점을 언명한 것"이라며 "지금까지 정당설립에 대해 무한자유를 줬다면 앞으로 무한책임도 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진당 해산이 대한민국 국체를 보존하고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필연적인 조치였다는 주장에 맞서 일각에서는 정치이념을 사법부의 잣대로 재단한 성급한 판단이었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정당 해산에 대해서는 헌법이 엄격하게 적용됐어야 했는데 헌재 결정과 판결문 내용은 정도를 지나쳤다는 생각이 든다"며 "과연 통진당이 자유민주주의 정신을 훼손했는가에 대해서는 역사의 판단에 맡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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