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우변 백은 살았는가

제7보(122~150)



백22 이하 26은 지나친 굴복 같지만 지금은 다른 도리가 없다. 하변에서 거칠게 싸우다가는 그 불똥이 우변의 백에게 튈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흑27은 우변의 백대마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겠다는 선언. 흑29 역시 마찬가지. 흑35까지 창하오가 성큼 따라붙었다. 백36으로 대마를 돌본 것은 어쩔수없다. 참고도의 백1로 이으면 흑2가 공격의 급소가 된다. 백3이면 흑4로 강력히 차단. 이 코스면 우변의 백대마가 거의 절명이다. “혹시 그 대마가 살더라도 중앙이 시커멓게 되면 백이 이길 수 없게 됩니다.” 유창혁9단의 해설이다. 백이 앞선 바둑이긴 하지만 그 차이는 불과 서너 집. 흑이 어디선가 클린 히트 한 방을 터뜨리기만 하면 그대로 뒤집힐 수 있는 것이다. 백38로 자중한 것도 정수. 이 수로 39의 자리에 이으면 흑도 38의 자리에 머리를 내밀게 되어 역시 우변의 백대마가 위험하다. 결국 흑39로 창하오는 또 약간의 이득을 거둬들였다. “이젠 거의 반집 승부 같은데요.” 서능욱9단이 이렇게 말했을 때 이창호의 42가 놓였다. “뭐지? 아직 우변이 못 살았는데….” 다시 수런거리는 검토실. 그러나 이창호는 최종적인 계산서를 이미 뽑아놓고 있었으니….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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