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노동개혁 입법 독자 추진] 정부 컨트롤타워 혼선에 허송세월

강성 노조 눈치만… 勞 대표도 문제


한국노총이 장외에서 천막투쟁을 벌이던 지난달 20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26일까지 노동계가 노사정 대화에 복귀하지 않으면 정부가 독자적으로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확산되는 비판여론도 부담이었지만 정부가 워낙 세게 압박을 가하는 모양새가 되자 한국노총은 데드라인(26일)까지 최대한 버티다 마지못해 하루 지난 27일 노사정위원회 복귀를 선언했다.

하지만 노사정위가 제대로 굴러갈 것으로 믿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지난 10일에는 노사정 4인 대표자 회의가 오후와 저녁 두 차례 개최되는 등 외부적으로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때도 대타협 가능성을 1%라도 확신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며칠 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까지"라며 노사정 대타협 협상 시한을 못 박으면서 4인 대표자들은 마지못해 만나는 모양새를 갖췄지만 의견조율 자체에 진전이 없었던 터라 만나본들 별다른 결과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어서다.

이처럼 김대환 노사위원장이 4인 대표자를 불러 작정하고 합의를 도출할라치면 정부나 여당에서 느닷없이 '구두개입'을 하는 바람에 협상 당사자들의 혼란만 초래하는 일이 잦았다. 정부나 여당 입장에서는 내년 총선 등 정치일정을 감안해 연내 노동시장 개혁을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겠지만, 그래도 노사정위와 최소한의 교감도 없이 툭툭 내던진 구두개입에 노동계는 노동계대로 불쾌해 했고 경영계도 정부의 의도파악에 헛심을 써야 하는 비효율적인 구도가 반복되면서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노동시장 개혁이라는 큰 과제를 앞두고 그때그때 여론 분위기따라 구두개입하는 등 체계적인 전략 없이 임하다 보니 결국에는 내세울 결과물도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3월31일'을 노사정위 대타협 시한으로 못 박았다가 실패한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지 못하고 계속해서 정부는 협상 시한을 못 박아 압박하고 노동계는 마지못해 협상에 임했다가 다시 결렬 수순을 밟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한 것이다. 이렇다 보니 오히려 노동계는 시간만 벌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4월 노사정 협상 첫 결렬의 원인으로 △정부의 조급한 시한 설정 △대기업 노조 이기주의 △정부 컨트롤타워 부재 등이 꼽혔지만 지나고 보니 정부의 무리한 시한 설정이 주된 원인이었던 셈이다. 실제 노동계는 '군사작전을 하냐'며 반발했다. 게다가 주무부서인 고용부를 제쳐놓고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들이 잇따라 코멘트를 하면서 오히려 정부 전략이 노출되고 고용부의 입지만 좁히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고용부 역시 협상에서 진전된 변화가 있으면 곧바로 기재부와 연락을 취하며 마치 결정권이 없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도 노동계가 전폭적으로 협상에 임하지 못하도록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노동계 역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한국노총의 경우에도 민주적 의사 결정을 위해 마련한 중앙집행위원회에 강성 노조들이 장악하고 있어 양보와 타협을 막는 장애물이 됐다. 대화 재개 선언 때부터 공공·금속·화학 등 강경파 세력들은 이번 노사정 대화에서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의 빈틈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조직의 세를 키우겠다는 구상으로 협상파들이 내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익명의 한 노동 전문가는 "협상에서 상대방을 배려하며 퇴로조차 열어주지 않는 모습이 여전하다"며 "노동개혁이 지연돼 우리 경제에 발목을 잡게 되면 노사정 모두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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