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경제팀의 과제] 3. 실정맞는 '생산적 복지'를

생산적 복지는 유럽이 앓고 있는 복지병을 없애 미국같은 고효율 경제를 이루면서도 사회불평등 심화를 최소화한다는 의미라 할 수 있다.총론면에서 생산적 복지는 더할 나위 없는 정책 방향이다. 문제는 각론이다. 각론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을 경우 우리 경제는 미국의 사회불평등, 유럽의 복지병을 동시에 갖는 고질병에 빠질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민의 정부 3기 경제팀은 생산적 복지라는 화려한 수식을 내세우기 보다 우리 실정에 맞는 복지제도를 확립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국민의 정부가 추진하는 생산적 복지 정책은 앞으로 우리나라 복지제도의 성격과 성과를 좌우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생산적 복지 정책=외환 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심화됐다. 소득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지난 97년 0.281에서 지난해 3·4분기 0.310으로 확대됐다. 우리나라의 지니계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이지만 사회 통합과 장기적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소득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2000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생산적 복지 구현을 위해 5대 정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2003년까지 정보통신 등 생산성과 부가가치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200만개 일자리를 창출, 완전고용을 실현할 방침이다. 둘째,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해 오는 10월 월 93만원 미달 저소득층(4인 가족 기준)에 생계를 지원하고, 2002년 임시·일용직 근로자도 고용보험 혜택을 받게 한다. 셋째, 중산·서민층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근로자주택자금 지원대상을 근로자·서민으로 확대하고, 신설 예정인 근로자복지기본법을 통해 종업원지주제 활성화를 유도한다. 넷째, 일할 수 있는 능력 개발을 위해 저소득층 학생에게 컴퓨터 교습비용 전액 지원하고, 불우 중·고교생 40만명에 학비 무상 지원하며, 오는 3월 평생교육법을 제정해 원격대학과 사내대학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다섯째, 소득분배 개선을 위해 우리사주조합, 사적연금제도, 장기주택저당제 활성화와 성과배분제를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과제=유경준(兪京濬) KDI 연구위원은 『생산적 복지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근로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적절한 취업·훈련 제공 근로능력이 없는 사람들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적절한 지원 건전 재정을 침해하지 않는 적정한 복지 지출 등 세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면서 『정부가 총론에서 아무리 좋은 정책을 펴도 각론에서 이 세가지 조건이 충족되지 못한다면 그 정책은 실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2000년 경제정책방향」에는 이 세가지 조건과 일치하지 않는 대목이 적지 않다. 먼저, 근로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적절한 취업·훈련 제공은 외환위기 이후 꾸준히 강조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미흡하다. 개인 특성에 맞는 취업 훈련의 중요성이 강조됨에도 우리의 직업훈련체계는 아직 개개인의 수요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급변하는 인력수요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근로능력이 없는 사람들에 대한 정확한 실태 조사와 적절한 지원방안을 강구하는 것도 만만찮은 과제이다. 정부는 오는 10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에 발맞춰 4인 가족 기준 월 93만원의 소득이 안되는 가정에 대해 생계비를 지원해 줄 방침이다. 그러나 자영업자에 대한 국민연금 부과의 어려움에서 알 수 있듯 현재까지 빈곤층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누가 빈곤층이고 누가 근로능력이 없는지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없이 실시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무수한 시행착오를 낳을 수 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국민의 세금을 낭비할 공산이 크다. 셋째, 생산적 복지라는 이름으로 지원되는 복지 지출은 건전 재정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 고영선(高英先) KDI 연구위원은 『유럽이 70~80년대 복지 지출을 늘리면서 만성적 재정적자에 빠졌듯 우리도 외환위기 이후 복지지출이 늘어나 만성적인 재정적자에 시달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건(金東建) 서울대교수는 사회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조속한 금융소득종합과세 도입 부가가치세 과세특례제도 폐지 상속·증여세 과세 강화 목적세 정비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등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정재홍기자JJ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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