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T, 칩 개발 지연 단말기 연내출시 어려워 SKT등도 가입자 거의 없어 '생색내기' 수준
입력 2004.09.12 16:31:17수정
2004.09.12 16:31:17
주요 통신사업자들이 4조원이란 천문학적인 대가를 치르고 준비해온 동영상이동전화(IMT-2000) 사업이 사실상 물건너갈 위기에 놓였다. 특히 IMT-2000은 정보통신부가 IT 신산업 육성을 위해 추진중인 ‘IT839전략’의 핵심 서비스 중 하나여서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LG텔레콤이 동기식 IMT-2000의 전단계 서비스로 연내 서비스할 예정이었던 EV-DV 서비스가 원천기술 보유업체인 퀄컴의 칩 개발 지연 등으로 연기가 불가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현재 1,000여명의 형식적 가입자만 갖춘 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SK텔레콤과 KTF의 비동기식 IMT-2000(W-CDMA)을 포함, 당초 선정된 3개 사업자 모두 사실상 ‘껍데기’ 뿐인 서비스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특히 3개 사업자는 사업권 확보를 위해 개별 사업자별로 적게는 1조1,000억원에서 많게는 1조3,000천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출연금을 치른 상태여서 정부와 업계의 시장 예측 실패가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전가될 것으로 우려된다.
LG텔레콤 관계자는 “퀄컴측이 현재 상용화된 EV-DO 칩에 주력하고 있는 상태여서 연내 EV-DV 칩을 장착한 상용 단말기를 출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때문에 칩 공급이 가능한 3~4개 정도의 외국 업체와 접촉 중이지만 상용화할 수 있을 만큼의 품질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퀄컴측 역시 “현재 EV-DV 칩 개발을 중단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빨라야 연내에 시제품을 만들어낼 것으로 보여 실제 상용화된 제품 출시는 이보다 늦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당초 일정대로 서비스가 이뤄지더라도 W-CDMA처럼 실제로는 가입자가 없는 생색내기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LG텔레콤측이 이르면 10월에야 시험용 장비 구축에 들어갈 예정인 등 아직 기지국조차 구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과 KTF의 W-CDMA 서비스 역시 여전히 기존의 서비스보다 오히려 떨어지는 품질과 서비스지역 이탈 시 기존 이동통신으로 곧바로 연결되지 못하고 전화가 끊어지는 핸드오버(Hand-Over)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 채 가입자 모집을 위한 이렇다 할 마케팅 한번 벌이지 않고 있다.
SK텔레콤측은 “현재 음영지역 해소를 위한 기지국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며 “연내에는 기존 이동통신 서비스와 비슷한 수준의 품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정통부는 서비스 확산 보다는 투자목표 달성에만 집착한 채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정통부측은 “사업자들이 밝힌 연내 5,000억원 이상 투자가 차질없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면서도 정작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 가입자 목표를 잡을지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통부와 사업자들이 IMT-2000을 활성화시킬 현실적인 대안을 찾기 보다는 서로 명분에만 집착한 채 시간만 끌고 있다”며 “침체된 통신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도 양측이 한발씩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