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미래전략실 대폭 개편] 위기경영 속 세대교체 … 팀장 3명 '전자'에 전진배치

이건희 회장 귀국 2주 만에 전격 단행 … 혁신 고삐
연령·직급 낮춰 현장 지원·사업구조 재편 뒷받침


삼성그룹이 30일 미래전략실의 팀장급 임원 8명(비서팀장 제외) 중 6명을 교체하고 이 가운데 3명을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로 배치하는 인사를 전격 단행한 것은 현장 강화를 통해 이건희 회장이 강조하는 '마하경영'에 속도를 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또 미래전략실 팀장으로 부사장·전무 직급 임원들을 선임한 것은 이들에게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는 동시에 계열사 사업구조 재편과 경영혁신를 서두르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미래전략실 3명 삼성전자 배치로 '현장 강화'=이번 인사는 이건희 회장이 96일간의 해외 경영구상을 마치고 지난 17일 귀국한 지 2주일도 안 돼 전격 단행됐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삼성이 연말 정기 인사가 아니라 상반기에 사장단 인사를 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2012년 6월 김순택 미래전략실장을 최지성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교체하고 후속 인사를 단행한 것이 거의 유일하다.

당시 이 회장은 재정 위기를 겪고 있던 유럽을 둘러보고 온 뒤 미래전략실 인사를 단행하면서 강도 높은 변화와 혁신을 주문한 바 있다. 이번 인사의 폭과 강도는 당시보다 크면 컸지 덜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지성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이 유임됐지만 미래전략실 팀장급 8명 중 6명을 물갈이하고 그 자리를 50대 초·중반의 젊은 임원으로 채운 것은 그룹 전체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녹록지 않은 대내외 경영환경을 돌파하겠다는 이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부터 계열사 간 합병과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사업구조 재편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삼성그룹은 건설·중화학 등 비전자 계열사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지배구조 개편, 신수종사업 육성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미래전략실의 커뮤니케이션팀장, 준법경영실장, 인사지원팀장 등 3명을 한꺼번에 삼성전자로 이동시킨 것도 이번 인사에서 주목할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장의 직업병 문제와 애플과의 특허 소송, 공채 채용 방식 개선 등 이슈가 많아 이에 대한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 관계자는 "그룹에서 추진 중인 마하경영의 효율적 실행을 위해 미래전략실 팀장을 삼성전자에 전진 배치한 것"이라며 "현장을 강화하고 권한을 위임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젊어진 미래전략실…현장 지원 주력=이번 인사로 미래전략실 팀장들의 연령대와 직급이 다소 낮아졌다. 기존 미래전략실 팀장급 8명의 평균 연령은 55.3세였으나 이번 인사에 따라 54.3세로 젊어졌다. 특히 기획팀장과 경영진단팀장에 각각 선임된 이수형 부사장과 박학규 부사장은 1964년생이다.

나이와 함께 직급도 낮아졌다. 기존 팀장급은 사장 3명, 부사장 5명으로 구성돼 있었으나 이번 인사로 사장 1명, 부사장 6명, 전무 1명으로 진용이 짜였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과 삼성전자의 팀장 직급의 역전현상이 발생했다.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으로 선임된 이준 전무는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인용 사장보다 두 직급이나 아래다.

삼성의 한 고위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경영 인프라를 강화하기 위해 인사와 커뮤니케이션·법무 등에 고위급 임원을 전진 배치했다"며 "부사장급과 전무급의 미래전략실 팀장들은 현장 지원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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