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중기씨] 첫 시행 진로체험 프로그램 성과와 과제

■ 이미지 높였지만 눈높이 맞는 프로그램 필요
참여 기업 확대위해서도 정부가 인센티브 제공을

중학생들에게 진로탐색의 기회를 확대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마련된 '진로체험'이 첫 시행 후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숙제를 떠안게 됐다. 학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평가와 함께 체험을 위한 중소기업 섭외에 어려움이 있어 지속되기 어렵다는 문제점 등이 지적됐기 때문이다.

이번 진로체험은 서울시교육청에서 올해부터 시범 운영하는 '중1 진로 탐색 집중학년제'의 일환이다. 이 사업은 지난 23일 서울시 소재 11개 중학교 1학년 학생 2,600여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대주중공업, 필룩스, 한국델켐, 팩컴코리아, 너울정보 등 중소기업과 청소년들이 관심있어 하는 TIS정보통신, 한국만화영상진흥원, 한국교육방송공사 등에서 체험이 진행됐다.

한국델켐을 방문했던 세곡중학교 1학년 이희강 학생은 "작은 회사 안에서 많은 인재를 뽑고, 사람들이 노력하며 보람을 느끼는 모습에 감동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진로체험에 불만을 표시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한 학생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은 줄 알았는데 하루 종일 강의를 듣게 돼 힘들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처럼 일각에선 준비가 미흡해 학생들에게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으며, 제대로 된 진로탐색에 기회를 주지 못한다는 쓴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대해 이번 진로체험 사업을 주관한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중학교 1학년이 중소기업에 가본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며 "학생들에게 이런 기업들이 중소기업이라는 사실을 알려 준다면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진로 체험상의 아쉬움도 표출했다. 효과적인 체험이 이뤄지려면 업체 내에 시스템이 마련돼 있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체험을 위해 업체를 섭외하는 일도 어려움이 많다"며 "중소기업들이 스스로 나서야 하는데 참여를 꺼리는 업체들이 대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회사차원에서 아이들을 맞이 하려면 신경 써야 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단순히 체험한다고 효과가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전체 일자리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스스로가 청소년들 인식 개선을 주도하고 사회적 책임경영을 선도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중소기업에 대한 우호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해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동시에 중기중앙회와 교육당국이 손잡고 중학생 눈높이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시한다면 더 많은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첫 출발에서 다소 부족함이 드러났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견실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윤여복 서울시교육청 진로직업과 장학관은 "2011년부터 실시한 학생 직업체험이 점차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중소기업과 연계한 진로체험도 지속적으로 시행한다면 점차 내실을 다져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중소기업 인식전환을 위해 업체들도 스스로 문을 열어야 한다"며 "정부가 중소기업에 나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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