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전 국무조정실장이 14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으로 임명됨에 따라 한국경제가 새로운 선장을 맞게 됐다.
경제전문가들과 시장관계자들은 신임 한 부총리가 국무조정실장을 1년 넘게 맡아오면서 참여정부의 정책기조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관료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은 만큼 경제정책의 연속성에서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통상과 산업쪽에서 주로 일해왔던 한 부총리의 경력을 감안하면 개방정책과실용주의 정책은 속도를 내고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한 부총리가 거시경제와 금융쪽에 약할 수 있고 전임자인 이헌재 전 부총리에 비해 리더십과 추진력에서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안정적인 경제관리를 위한 리더십과 추진력 확보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경제정책 일관성 유지
한 부총리의 임명으로 이 전 부총리의 사퇴 이후 우려됐던 경제정책의 일관성유지 문제는 말끔하게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재경부 관계자는 "참여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은 정부의 주요 회의에 대부분 참석한다"며 "신임 부총리가 1년 이상 국무조정실장으로 일해왔기 때문에 경제정책은큰 변화없이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도 "한 부총리가 합리적인 시장주의자고 개방론자여서 기존의 경제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국무조정실장으로 현 정부의 경제정책 전반을 지켜봐왔기 때문에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경제에 불안감과 부담을 줄 수 있는 경제정책의 방향전환은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에따라 종합투자계획과 재정조기집행, 중소.벤처기업 육성 등 경기회복을 위한 성장정책들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일자리 창출, 신용불량자 문제 해결, 부동산투기 억제 등 민간소비 회복을 위한 대책들도 예정대로 집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 부총리 자신도 임명 직후 "현행 경제정책의 일관성을 철저히 유지하겠다"고밝혀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했다.
◆실용주의.개방정책 속도낼 듯
정부내에서 통상전문가로 손꼽히는 한 부총리의 취임으로 경제정책 가운데 통상정책은 이전보다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 부총리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과 한.미 투자협정 실무협의를 주도했고 스크린쿼터제 폐지를 주장했으며 `친미적'이라는 비난까지 감수하면서 개방에 대한 소신을 굽히지 않을 정도의 개방주의자로 알려져있다.
이에 따라 관련단체 등의 반발로 큰 진척이 없었던 교육.의료.법률 등 서비스시장의 대외개방 정책이 이전보다 능동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현재 서비스산업에 대한 규제현황을 전면 재점검하고 이를 토대로 상반기중에 서비스시장 개방을 위한 종합계획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또 시장관계자들은 한 부총리가 규제보다는 기업활동을 지원하는 옛 상공부 등에서 주로 일해왔기 때문에 과도한 규제는 과감하게 폐지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수 있는 실용주의적인 정책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리더십.추진력 확보
과제 하지만 한 부총리가 재경부의 주요 정책인 금융과 세제를 다뤄본 경험이 없고전임 부총리에 비해 리더십과 추진력에서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어 경제의 안전한 관리를 위해서는 이를 보완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신임 부총리가 금융정책을 집행해본 경험이 없어 민감한 금융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거시경제 정책전반을 관리하면서 다른 경제부처를 이끌고 정책을 조정할 수 있는 경제수장으로서의 능력을 얼마나 발휘할 수 있을지도 아직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한 부총리가 국무조정실장으로 정책조율 능력을 보여줬지만 총리의 그늘에 있을때와 독립부처의 장관으로 있을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론과 실물이 다르지만 한 부총리가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출신인데다 통상분야를 다뤄봤기 때문에 거시쪽에도 밝을 것"이라며"금융도 경제수석과 국무조정실장을 거치면서 주요 현안들을 살펴왔기 때문에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경제가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는 지금은 새로운 정책과제를 발굴하기 보다는 이미 짜여져 있는 정책과제를 착실하고 안정적으로 실천하는게 우선"이라며 "이런 점을 감안하면 지금 상황에서 한 부총리와 같은 관리형이 적임자이고 총리와 여당도 신임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