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원자재 시장에서 잇따라 철수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세계 원유 거래 부문을 러시아 국영 석유기업인 로스네프트에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 대상에는 100명 이상의 트레이더들과 선박 스케쥴러, 10억달러 가치의 원유, 유조선 회사 하이드마르 지분 49% 등이 포함됐다. 총 매각규모는 알려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회사 측은 내년 2·4분기까지 관련 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익명의 관계자가 전했다.
모건스탠리를 비롯해 많은 글로벌 IB들은 최근 원자재 시장에서 손을 떼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전세계 5대 원자재 거래 은행인 독일 도이체방크는 에너지·농산품·기초금속 등 원자재 거래 대부분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7월에는 미 최대 IB인 JP모건체이스의 원자재 사업 매각 검토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글로벌 IB 중 원자재 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한 골드만삭스 또한 원자재 거래 부문 매각을 한때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0여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는 주식 시장과 달리 원자재 시장은 2011년부터 3년 연속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침체를 지속하고 있다. 여기에 각국의 규제장벽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도 글로벌 IB들의 엑소더스를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실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금융당국은 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프랍 트레이딩(자기자본 거래)을 통한 원자재 거래를 제한하거나 IB가 보유한 원자재 자산에 세금을 부과하는 등 관련 제재를 강화하는 추세다.
한편 모건스탠리와의 딜을 통해 로스네프트는 세계 최대 원유 소비 시장인 미국에 첫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미 당국은 러시아·중국 국영기업에 미국의 에너지 및 인프라 자산이 매각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어 관련 매각절차가 원활히 마무리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실제 이 같은 매각 소식이 전해지자 미 상원 외교관계위원회의 민주당 소속 에드워드 마키 의원은 "미국 시장을 조작하거나 미국인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며 관련 당국에 중점 조사를 요구했다.